[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여름 필수품’ 에어컨 발명한 윌리스 캐리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3일 22시 12분


윌리스 캐리어(1876∼1950·사진)는 에어컨의 기초가 되는 냉매 증기 압축식 공기조절장치(일명 공조 장치)를 만든 사람입니다.

미국 뉴욕 출신으로 코넬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일하던 어느 날, 그는 한 고객사의 의뢰를 받았습니다. 여름이면 더운 날씨와 습기로 인쇄용지가 망가지는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출판사였습니다.

당시 오래된 난방을 현대식으로 교체하는 업무를 맡고 있던 캐리어는 온도와 습도의 관련성에 주목했습니다. 먼저 뜨거운 증기 대신 냉매를 코일 사이에 채워 공기를 통과시켜 봤습니다. 이를 통해 이슬점과의 온도 격차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면 습도도 제어할 수 있다는 일명 ‘일정 이슬점 강하 법칙’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1906년 이를 제어하는 시스템, 즉 현대 에어컨의 원형을 발명했습니다.

이듬해 ‘공기조절장치’로 특허를 출원한 캐리어의 시스템이 일본의 비단 공장에까지 수출되자, 그가 있던 회사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그를 부사장에 앉혔습니다. 그러나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모회사 역시 전쟁에 필요한 중장비 생산에 주력하게 됩니다. 이듬해 그는 따로 나와 자신의 이름을 딴 에어컨 전문 회사를 차립니다.

1929년 미국을 덮친 대공황 때문에 정작 에어컨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며 대중화된 것은 캐리어가 죽고 나서입니다. 미국은 1950년대 들어 경제 부흥기에 접어들었고, 1955년 건설업자 월리엄 레빗이 에어컨을 주택의 기본 사양에 집어넣으면서 에어컨이 생활 속으로 급속도로 파고들게 됐습니다.

그의 이름은 에어컨 명칭으로 익숙하지만, 사실 그가 발명한 공조 시스템은 인류 문명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지하철, 항공기, 철도의 쾌적한 환경 역시 공조 장치 덕분입니다. 또 수많은 서버가 모인 데이터 센터가 내뿜는 열을 실내에서 제어할 수 있는 것도 공조 장치 덕분입니다. 만약 공조 장치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정보기술(IT) 혁명도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최근 인도는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낮 최고기온이 50도를 넘나드는 역대급 폭염이 덮쳤다고 합니다. 이에 따른 에어컨 사용으로 전력난도 심각하다고 하네요. 남의 일만으로 치부할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도 여름철이면 늘 전력 공급 문제가 불거지니까요. 유난히 더위가 빨리 찾아온 올여름, 어느 때보다 슬기로운 에너지 사용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여름 필수품#에어컨#윌리스 캐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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