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내린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고, 이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련병원이 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4일 밝혔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20일 전공의들이 병원을 집단 이탈한 지 105일 만이다. 내년도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전공의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출구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현안 관련 브리핑을 통해 “환자와 국민, 의료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진료 공백이 더이상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내린 결단”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조 장관은 각 병원장들을 향해 “상담을 통해 전공의의 개별 (사직) 의사를 확인하고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도록 상담·설득해달라”고 했다.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기한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조 장관은 “마냥 기다리기 어렵기 때문에 너무 늦지 않게 결정해달라”고만 했다.
복지부는 앞서 지난 2월 7일 각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으면 전공의들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정부는 이후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병원을 떠난 같은 달 20일부터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을 내리면서 복귀를 호소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1만509명 중 9630명(91.6%)이 여전히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복귀한다면 이러한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해 법적 부담없이 수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조속히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차질없이 수련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추가 수련이 불가능해 전문의 취득시기가 미뤄진 전공의에 대해선 “수련기간 조정 등을 통해 필요한 시기에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수련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공의들이 이전과는 다른 여건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장관은 “연속근무시간 단축 시범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본격화해 과중한 근무시간을 확실히 줄이겠다”며 “전공의에 대한 근로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 운영 구조도 혁신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수련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수련 환경을 전면 개편하고 재정 지원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정부는 전공의단체가 앞서 제시한 제도 개선사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대책 마련과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전문의 인력 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끝으로 전공의들의 복귀를 재차 호소했다. 그는 “그간 전공의 여러분이 제대로 수련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한 데에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며 “정부가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훌륭한 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복귀하는 여러분을 따뜻하게 맞아주실 것”이라며 “전공의 여러분을 기다리며 마음 졸이고 있을 환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더 헤아려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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