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국가채무비율 전망 축소…홍남기 ‘두자릿수로’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4일 15시 14분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2.5.9/뉴스1 ⓒ News1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2.5.9/뉴스1 ⓒ News1
문재인 정부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축소·왜곡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감사원이 4일 밝혔다.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세 자릿수로 발표하면 국민 불안이 우려된다면서 기재부에 두 자릿수로 만들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는 것이다.

4일 감사원이 공개한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기재부는 2020년 7월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가늠하기 위한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최소 111.6%, 최대 168.2%로 산출했다.

홍 전 부총리는 같은 달 청와대 정례 보고에서 이를 토대로 ‘2015년 전망에선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62.4% 수준으로 전망했는데, 2020년 현재 전망에서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초과한다고 하면 외부의 지적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기재부는 정례 보고와 관련한 청와대의 코멘트를 홍 전 부총리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멘트는 ‘의미는 크지 않으면서 사회적 논란만 야기할 소지. 인구구조 사회경제 패러다임이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지 않게 잘 관리하고 신경 써 주기 바람’이라는 내용이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또한 정례 보고 이후 기재부는 정식 시뮬레이션을 통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53.0%인 당초 검토안과 129.6%인 신규 검토안으로 구성된 장기재정전망안을 홍 전 부총리에게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홍 전 부총리는 100%가 넘는 국가채무비율은 국민이 불안해한다면서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낮추라고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특히 홍 전 부총리는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낮추기 위해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총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의 100%로 하는 전제를 적용해 전망하라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홍 전 부총리는 부당 전제를 적용해 산출한 전망치 81.1%를 보고받고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같다”고 했고, 기재부는 2020년 9월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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