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아파트에 들어가는 붙박이형(빌트인) 가구 입찰 과정에서 입찰가를 담합한 혐의로 기소된 한샘 등 가구회사 전·현직 임직원 11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4일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샘 등 가구업체 8곳 전·현직 임직원 12명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중 11명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또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법인으로 기소된 한샘과 에넥스는 벌금 2억 원, 한샘넥서스와 넵스, 우아미, 넥시스는 벌금 1억5000만 원, 선앤엘인테리어와 리버스는 벌금 1억 원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저지른 입찰 담합은 입찰의 공정성을 침해하고 시장경제 발전을 저해하며 국민경제에 피해를 끼치는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 “건설사에 대한 열위한 지위에서 생존을 위해 입찰한 것으로 보이고, 건설사들이 입은 피해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함께 기소된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이) 입찰 담함을 묵인해온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가는 다수의 정황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부하 직원들이 ‘최 전 회장은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지 않았다’고 일치하는 진술을 하고 있어 범죄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2014~2022년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 783곳에서 빌트인 가구 입찰가를 담합한 혐의를 적발해 한샘 등 업체 8곳과 전·현직 임직원 12명을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 업체가 담합한 규모는 2조3000억 원에 달했다. 검찰은 이같은 담합으로 건축비에 포함되는 가구비용이 높아져 아파트 분양가가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통상 입찰 담합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먼저 조사하고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검찰이 담합 혐의를 직접 포착하고 수사에 먼저 착수한 뒤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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