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 기자회견 열고 피해 사례 발표
가습기살균제 수거 후 유산 위험 감소 연구 결과도
"건강한 사람도 죽어…유산·사산 관련성 인정해야"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던 기간에 5번 유산했다는 피해 증언이 나왔다. 환경단체는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와 유산·사산 연관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센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와 유산·사산 관련성 증거 자료 공개 및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에 거주하는 1968년생인 민수연씨는 자신의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민씨는 1994년부터 18년 이상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는데 1992년 결혼한 민씨는 2002년과 2003년 사이 3번,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1번 유산했다.
민씨는 천식, 폐렴, 간질성폐질환 등으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의한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유산과 가습기살균제와의 관련성을 인정받지는 못했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1973년생인 홍향란씨는 2005~2006년에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고 2006년 임신 6주차에 유산했다. 홍씨는 “인공수정을 통해 어렵게 얻은 생명인데 이미 몸 속에 깊이 퍼져있는 살균제 독성으로 인해 고통받다가 유산됐다”며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소명서를 제출했으나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주에 거주하는 서은진씨도 2000년부터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는데 2022년 4개월 차에 유산을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용역 과제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대한예방의학회가 실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한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규명 연구(Ⅱ)’다.
15~49세 여성 중 유산과 사산 관련 진단코드로 건강보험을 청구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20~45세에서 2012~2013년 전면적인 상대위험도 감소가 나타났다. 특히 중증 입원에서는 2011~2012년 구간에서 -25%의 급격한 상대위험도 감소가 나타났다.
가습기살균제는 2011년 11월 현재의 질병관리청인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수거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연령별로 보면 30~40대는 가습기살균제 수거 이후 외래 및 입원 발생률이 감소했고 입원에서는 15~49세 연령대 모두 가습기살균제 수거 이후 발생률이 줄었다.
연구진은 “전반적인 임신 및 출산 연령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이러한 전면적이고 급격한 상대위험도 감소가 관찰된 것은 가습기살균제와의 관련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소견”이라고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건강한 사람도 가습기살균제에 의해 죽고 심각한 질병이 발병하는 마당에 가장 취약한 태아와 산모는 어떻게 괜찮겠나”며 “더 이상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고 모든 관련 질환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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