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원대 투자금을 불법 조달한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업체 아도인터내셔널 관계자 120명이 검거됐다. 이 업체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돈이 오가는 것처럼 꾸미고 서버를 자주 교체하는 방식으로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했다. 압수하거나 몰수한 금액이 피해액의 약 3분의 1에 그쳐 피해 복구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5일 서울 동작경찰서는 아도인터내셔널 대표 이모 씨(40) 등 책임자 11명을 구속하고, 상위 모집책 109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지난해 2~7월 “원금과 함께 최고 13.8%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 약 3만6000명으로부터 약 4467억 원을 유사수신한 혐의를 받는다. 유사수신은 허가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뜻한다.
경찰에 따르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최소 2106명, 피해액은 약 496억 원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이 씨의 자택에서 현금 28억 원을 압수하고 147억 원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했지만, 나머지 피해액 321억 원은 찾아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 일당이 (범죄 수익을) 고급 아파트 임차 등에 탕진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은닉 재산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아도 페이’라는 자체 금융결제 앱을 만들고 이를 통해 리퍼브(반품 물건 재판매)와 렌터카, 정육 등 사업 명목으로 주로 60세 이상 고령층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았다. 피해자 정모 씨(77)는 “지인이 ‘핀테크’ ‘플랫폼’ 등 낯선 단어를 늘어놓으며 유망한 기업이라고 투자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이모 씨(83)는 “앱을 설치하는 방법조차 알지 못해 모집책이 대신 모든 자금을 관리해줬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이 업체가 자체 금융결제 앱을 수사망을 피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거액이 특정 계좌로 송금될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에 추적될 수 있으므로, 실제로는 투자금은 한데 모아 관리하면서 정상 거래가 진행되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앱을 운영하는 전산실도 두 차례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와 계열사 사장 박모 씨(56) 등 20여 명은 재판에 넘겨졌고 이 씨는 14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현행법상 유사수신범죄의 법정 최고형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불과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3월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가 아도인터내셔널 계열사 대표를 대리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사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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