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태 해결조치 없으면 돌입”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과는 유지
정부 “상황 지켜보며 필요 대책 마련”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과를 제외하고 진료와 수술을 무기한 전면 중단하겠다고 6일 밝혔다. 정부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대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며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출구 전략을 발표했지만 의사들의 반발은 더 거세지는 모습이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해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완전히 취소하고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이를 해결할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전면 휴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날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총 1475명 중 939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63.4%가 휴진을 포함한 강경 투쟁에 찬성했다는 결과도 공개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4월 30일부터 ‘주 1회 휴진’ 중이지만 참여율은 낮은 편이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휴진이 개인 상황에 맞게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번엔 전체가 일괄 휴진하는 것”이라며 “교수 다수가 이번엔 제대로 대응해야 정부가 움직일 것이란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17일부터 서울대 의대 산하인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에서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투석실과 항암치료를 제외한 모든 외래진료와 수술이 중단된다. 비대위는 환자와 국민을 향해 “가급적 진료를 미루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병상은 중증 환자들에게 양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수들은 정부가 복귀하는 전공의에게만 “면허정지 처분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에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미복귀 전공의를 포함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명령을 취소해 면허정지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금까진 휴진 참여율이 높지 않았는데 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다른 의대 교수들도 7일까지 진행 중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전 회원 투표 결과에 따라 집단휴진(총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집단휴진이 동네병원을 포함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 68% “전면휴진 찬성” 진료-수술연기 혼란 우려
[서울대병원 교수들 ‘전면 휴진’ 선언] “17일부터 무기한 휴진” 비대위 “무기한 휴진 동의 가장 많아”… “병원 지킬것” 9일만에 기류 변화 환자단체 “무책임한 집단 이기주의”… 의협도 집단휴진 투표… 9일 발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국민께 정말 죄송하다. 환자와 국민이 더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 힘들어도 끝까지 (병원에서) 버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9일 만에 무기한 전면 휴진을 선언하며 태도를 바꿨다. 내년도 의대 증원은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교수들 사이에선 “제자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에 대한 정부의 면허정지 처분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 교수들 “미복귀 전공의도 면허정지 안 돼”
3일부터 향후 대응 방안을 놓고 설문을 시작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는 당초 4일까지 진행한 뒤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4일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 등의 방침을 내놓자 설문을 6일까지로 연장했다. 정부가 내놓은 출구전략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전면 휴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결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63.4%가 휴진을 포함한 강경 투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휴진 방식을 물어본 문항에는 68.4%가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전체 휴진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금까지처럼 주 1회 휴진하는 방안, 거리 행진하는 방안 등도 거론됐으나 무기한 전면 휴진에 동의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정부가 4일 발표에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가능성을 열어 놓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당시 “전공의가 복귀하면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해 법적 부담 없이 수련에 전념하도록 하겠다”면서도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선 “의료현장 상황, 전공의 복귀 비율, 여론 등을 감안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교수들은 또 업무개시 명령 및 진료유지 명령을 ‘취소’하지 않고 ‘철회’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명령을 완전히 취소해 없었던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철회 시점까지 명령을 어겼다는 위법 사실은 여전히 남아 언제든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이 임박했다는 건 교수들의 오해란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면허정지 조치 중단을 발표한 것이고 ‘여러 상황을 보고 대응하겠다’는 건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도 당장 면허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왜 집단휴진에 나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 의협, 9일 전면 휴진 여부 발표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등 서울대 의대 산하 3개 병원은 4월 30일부터 ‘주 1회 휴진’을 시행하고 있지만 진료 예약을 바꾸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휴진 참여율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비대위는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분위기다. 비대위 관계자는 “투표 참여 교수가 역대급으로 많았고 대부분 강경한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17일을 ‘디데이’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휴진을 제대로 하려면 예약 조정 등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대 의대 산하 3개 병원의 전면 휴진이 현실화되면 환자들의 피해는 현재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서울대병원의 일반병실 병상 가동률은 51.4%로 5개 대형병원 중 가장 낮다. 지금도 의사가 부족해 예정된 외래 진료가 취소되고 수술이 연기되는데 상황이 한층 악화될 수밖에 없다. 중증환자단체연합회는 “무기한 집단 휴진을 결의한 것은 의료집단 이기주의를 합리화함으로써 환자들을 내팽개친 무책임한 행태”라며 “환자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비인도적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나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 다른 의대 교수 단체도 의협에서 진행 중인 총파업 투표 결과에 따라 집단휴진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협에 따르면 6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전 회원 약 13만 명 중 5만70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의협은 7일까지 투표를 진행한 후 9일 결과를 발표한다.
정부는 휴진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의대 교수들의 휴진 참여율이 미미한 상황”이라며 “교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지 등은 상황을 보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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