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성과 결혼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택시기사를 목졸라 살해한 40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 받았다.
대전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진환)는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46)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해할 의도와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확정적 고의는 물론 불확정적이더라도 자신의 행위로 사망의 결과를 예견할 수 있으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해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하고 다음날 아침 휴대전화로 ‘택시 강도 살인’ 등을 검색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것을 우려하는 모습을 보면 고의성도 인정된다”며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회복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1심 형량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23일 0시46분께 광주광역시에서 B(70)씨 택시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던 중 충남 아산에서 차를 멈추고 B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1048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소변이 마렵다며 차를 멈추게 하고 범행을 저질렀으며 B씨가 택시 밖으로 달아나자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B씨 목을 미리 준비한 테이프로 감아 방치한 후 택시를 몰아 인천공항으로 도주했다. B씨는 약 3시간 뒤 도로에 방치돼 있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에게 빼앗은 돈 중 1000만원을 이체해 비행기 표를 구입한 A씨는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으나 태국 사법당국과 국제 공조로 추적에 나선 경찰에 의해 범행 11시간만에 태국 공항에서 붙잡혔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살인할 의도가 없었다며 강도살인죄가 아닌 강도치사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건장한 남성이 70대 노인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하고 테이프로 목을 감아 장시간 방치한 것은 생명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행위로 피고인도 이를 인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