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몸에 한 번 고정한 피주머니를 재부착하는 작업도 의료 행위에 해당해 간호조무사가 홀로 하면 안 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들과 간호조무사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17일 확정했다.
간호조무사 A 씨(44)는 2019년 6월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한 환자의 피주머니를 관찰한 결과 고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이런 판단을 의사 B 씨(42)에게 전화로 보고했고, B 씨의 지시에 따라 환자의 피부에 피주머니관을 바늘과 실로 고정하는 작업을 홀로 했다.
검찰은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보고 A·B 씨와 이 병원의 대표원장인 의사 C 씨(53)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의사들과 간호조무사는 피주머니관을 새로 부착한 것이 아니라, 일단 의사가 부착한 것을 다시 고정한 것에 불과해 진료 보조 행위라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맞다며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 B 씨에게 벌금 700만 원, C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피주머니관 재고정 작업이었다고 하더라도 신체에 바늘을 찔러 매듭을 짓는 작업 자체가 침습적이라 진료 보조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사가 직접 하거나 적어도 의사가 환자 옆에서 시술 상황을 살펴야 하는 의료행위라는 것이다.
2심 역시 “피부의 특성상 한 번 바늘이 통과한 위치에 다시 바늘을 통과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간호조무사의 시술은 새로운 침습적 행위가 되므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은 의료법 위반죄에서 간호조무사의 진료 보조행위, 정당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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