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학생 폐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했으나
法 “학칙 개정,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기각
기각 결정 반대해 항고…확정되면 내년 폐과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대학 바둑학과인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의 폐과가 결정되자 소속 교수와 학생들이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김우현)는 지난달 31일 남치형·다니엘라 트링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및 학과 재학생, 한국바둑고 재학생 등 총 69명이 명지학원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상대로 낸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효력정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앞서 명지대는 2022년부터 경영 악화와 바둑 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폐과를 추진해왔다.
이후 지난 3월25일 교무회의를 열고 예술체육대학 소속 바둑학과를 폐과하기로 결정했으며, 지난 4월 이같은 내용의 학칙 개정을 공포했다.
대교협이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승인함에 따라 바둑학과는 오는 2025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
이에 남 교수 등은 명지학원의 학칙 개정과 대교협의 승인 과정에 절차적·실체적 문제가 있다며 법원에 효력 정지를 신청했다.
이들은 명지대와 명지전문대의 통합 추진 과정에서 바둑학과 폐지가 논의됐지만 실제 두 학교가 통합되지 않았으므로 폐과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학칙 개정이 객관적 기준에 근거해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바둑학과 폐지로 교수의 수업권,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받을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보호는 개정안에 언급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폐과가 처음 추진됐던 2022년에 이어 바둑 한국랭킹 1위 신진서 9단을 비롯해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과 선수 등도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학교의 통합 추진 동의서에 관련 내용이 기재되긴 했으나 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바둑학과 폐지에 동의할 수 없단 취지라고 보긴 어렵다”며 “이 사건 학칙 개정은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교수와 재학생들이 ‘학과 폐지에 관하여 의견을 제출할 권리’가 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법령상 또는 계약상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학생들은 여전히 바둑학과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고, 교원들 역시 직접적인 신분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학칙 개정에서 채권자들의 권리나 신뢰이익 보호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순 없다”고 했다.
남 교수 등은 법원의 기각 결정에 반대해 항고했으며, 항고심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1997년 개설된 명지대 바둑학과는 20여 년간 세계 유일 바둑학과로서 프로 기사 70여명 및 바둑 산업 분야 주요 인력들을 배출해 왔다.
또 바둑학을 학문적으로 정립했으며, 아시아를 넘어 유럽·미주 등지의 유학생들을 유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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