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32개大 협의회 구성 다음날
李, 서울지역 8개 대학 따로 만나
“증원 안됐지만 재정일부 지원” 회유
일부 총장들 “들러리서기 싫다” 거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최근 의대가 있는 서울 지역 대학 총장 및 부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목소리를 내자”며 의대 총장 협의회 동참을 압박한 걸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 대학 8곳의 경우 정원이 한 명도 안 늘었고 정부의 집중 지원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부총리는 올 4월 지역 거점 국립대들이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자율 감축하겠다는 건의서를 냈을 때도 사전에 이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나 ‘관제 건의서’란 지적을 받았다.
● 이 부총리 총장들 불러 “협의회 동참” 압박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부총리는 5일 의대가 있는 서울 지역 대학 총장 5명과 총장 대신 참석한 부총장 등 8명과 만나 “서울 지역 의대의 경우 증원은 안 됐지만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재정 지원은 일부 해줄 것”이라며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에 참여해 달라”고 했다.
이 부총리가 총장들에게 협의회 참여를 요구한 건 이번 주 발표되는 의대생 복귀 방안 및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에 지지 목소리를 내 달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날은 홍원화 경북대 총장을 중심으로 의대 정원이 늘어난 대학 32곳이 협의회를 구성한 다음 날이기도 했다. 언론 등에는 총장 간 자율적으로 구성한 협의회라고 했지만 뒤에서는 교육부에서 총장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 주요 대학을 포함해 의대가 있는 대학 40곳 전체가 한목소리를 내며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주길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 대학 총장들은 이 부총리에게 “학생들은 복귀 명분이 있어야 돌아온다”며 △의사 국가시험(국시) 연기나 추가 실시 △수업 방해 의대생에 대한 수사 의뢰 철회 △일부 학생에 대한 휴학 승인 △2026학년도 증원 재검토 방침 발표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동맹 휴학은 정당하지 않고, 국시 연기나 추가 실시는 보건복지부에서 부정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학생들이 일단 돌아와야 뭐든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해 논의가 평행선을 그렸다고 한다.
● 일부 총장 “재정 지원 필요 없다” 거절
서울 지역 대학 총장 일부는 이 부총리와 홍 총장 등의 요청에도 “들러리 서기 싫다”며 협의회 참석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교육부가 각종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병풍 세우기’ 식으로 동원되거나 협의회 명의로 찬성 입장 등이 발표될 경우 학내에서 의대와 의대생의 반발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대 등 정원이 크게 늘어난 지역 거점 국립대가 주도하는 협의회다 보니 서울 지역 대학과는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도 총장들이 참여를 망설이는 요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서울 지역 총장 사이에선 “휴학 승인 등 요구 사항이 반영될 경우에만 참여할 수 있다”, “재정 지원 안 받아도 되니 관제단체에 참여해 더 이상 학내 갈등을 심화시킬 수 없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한편 이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의사들이 환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며 의사들을 비판했는데 참석한 총장 및 부총장 중 일부가 의사 출신이다 보니 어색한 분위기도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총장 입장에선 전공의와 의대생이 제자들이다. 말 그대로 사제지간인데 그런 특수성에 대한 인식 없이 권위주의적으로 밀어붙이는 인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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