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제왕절개 시 통증을 완화시키는 무통주사와 국소마취제의 동시 사용을 제한하려다 임신부들의 반발이 커지자 발표를 번복했다.
11일 복지부는 “지난달 행정예고에선 한 종류의 약제만 투여하도록 ‘국소마취제 투여법’ 급여기준을 강화했는데, 임신부와 의사의 선택권을 존중해달라는 의견을 받아들여 두 가지 약제를 동시에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왕절개 출산 시 일부 임신부들은 진통을 줄이기 위해 무통주사와 함께 국소마취제 ‘페인버스터’를 맞는다. 페인버스터는 수술 부위에 마취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해 통증을 낮춰주는 약물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페인버스터를 무통주사와 함께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무통주사만 맞았을 때와 비교할 때 통증 감소 효과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복지부는 ‘7월부터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를 같이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급여기준 개정안을 지난달 3∼10일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페인버스터를 무통주사와 함께 투약할 수 없게 되고,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본인부담률이 80%에서 90%로 높아진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저출산 시대라면서 아이를 어떻게 낳으란 말이냐”는 불만이 줄을 이었다. 일부 임신부들은 “페인버스터를 함께 맞아야 덜 아프다”, “임신부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체 임신부의 약 60%는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는다.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전문가 의견을 추가 수렴해 임신부가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를 동시에 맞을 수 있게 하겠다며 기존 방침을 번복했다. 다만 페인버스터의 본인 부담률은 90∼100%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본인 부담률 100%를 적용할 경우 12만∼40만 원 내던 본인 부담금이 3만∼10만 원 인상된다. 복지부는 “다수의 전문가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동시 투약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 추진했던 것”이라며 “일부에선 무통주사와 제왕절개까지 비급여로 전환된다는 루머가 퍼지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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