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송파구 잠실한강공원 헬기장. 미국 시코르스키사의 12인승 ‘S76C++’ 헬리콥터가 대기하고 있었다. 신분증과 얼굴 확인 등을 마치고 오후 1시 반경 헬기에 탑승했다. 좌석은 일반 여객기와 달리 마주 보는 11자형 의자로 구성돼 있었다. 좌석에 앉고 벨트를 채우자 헬기는 순식간에 하늘 위 500∼600m 높이까지 치솟았다. 방향을 튼 헬기는 서울 서초구 양재와 경기 과천, 안산을 지나 20분 만에 인천공항 헬기장에 착륙했다. 헬기의 속도는 시속 210km, 신호 대기나 정체도 없었다. 평소 차로 2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를 이륙 20분 만에 도착한 것이다.
이 서비스는 바로 국내 스타트업 모비에이션이 11일부터 예약 접수를 시작한 ‘본에어’ 서비스다.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헬기를 일반에게 개방한 플랫폼 기반 소형 항공 서비스, ‘헬기 택시’ 서비스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것이다.
일반인이 헬기를 이용하려면 시간당 800만∼1000만 원 정도를 내고 1∼2시간가량 전세기 형태로 빌려야 한다. 하지만 본에어로는 1인당 서울 강남∼인천공항 20분 운항 기준 44만 원이 든다. 예약이 확정되면 탑승객 짐을 전날 본에어가 수거해 공항에 접수시키고, 헬기장까지 차량도 제공된다. 버스나 택시 등 지상 교통수단보다는 훨씬 비싸지만, 기존 헬기 이용에 비해서는 저렴하다. 현재 서울 송파 잠실헬기장과 서초 만남의 광장에서 인천공항까지의 여정만 제공하지만, 앞으로 여의도 등 이륙 장소를 추가하는 방안을 관련 기관과 협의 중이다.
모비에이션이 이런 서비스를 시도하는 이유는 도심항공교통(UAM)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본에어를 통해 UAM의 시장성과 고객층을 확인하고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이후 UAM 적용 기체가 도입되면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신민 모비에이션 대표는 “헬기 서비스를 통해 관련 인프라와 고객층을 구축해 UAM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헬기 택시’의 실제 운항은 이달 19일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예약 즉시 이용이 어려운 이유는 최소 탑승 인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12인승 중형 헬기 1대가 운영 중인데, 같은 시간에 승객이 최소 8명 이상 타야만 예약이 확정된다. 8명 미만을 태우면 기름값 등 운항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당초 본에어는 3인승 소형 헬기로 개인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형 헬기는 기업 대상 장기 계약에만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비행 승인이 나지 않아 당분간 중형 헬기 1대로 개인, 기업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상 헬기에 승객을 태우려면 기체 내에 계기 장치를 부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형 헬기는 통상 조종사가 눈을 통해 비행하기 때문에 계기 장치가 부착돼 있지 않다. 모비에이션 관계자는 “부착 비용도 문제지만, 국내 기술로는 보유한 모델에 계기 장비 부착이 어려워 해외로 헬기를 보내야 한다”며 “소형 헬기로도 운항할 수 있도록 정부 등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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