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넘은 서풍, 더위 몰고와… “벌써 이렇게 더운데 한여름 걱정”
해변-고산지대 피서객들 ‘북적’
이번주 내내 낮 최고 30도 넘을듯… 온열질환자 작년보다 33% 늘어
“6월인데 벌써 이렇게 더우니 한여름엔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강원 강릉시 주민 중 상당수는 올해 첫 열대야를 맞아 11일 새벽까지 해변 등에서 더위를 식혀야 했다. 10일 밤부터 나타난 열대야는 지난해보다 전국 기준으로 6일, 강릉 기준으로 18일 먼저 찾아왔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 수도권에 첫 폭염주의보 발령
강릉 경포해변을 비롯해 안목, 강문해변 등에는 11일 새벽까지 돗자리를 깔고 바닷바람에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일부 시민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기도 했다. 대관령 옛길 정상 부근에도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깔고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이날 강릉 낮 최고기온은 33.9도까지 올랐다. 강릉시민 김지은 씨(46·여)는 “집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 올해 처음 에어컨을 켰다”며 “한동안 계속 덥다는 예보가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수도권에는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3도, 경기 여주시는 34.8도까지 올랐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35)는 “아침부터 온몸이 땀에 젖었다. 어젯밤에도 더워서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고 했다. 영남 지역에도 이틀 연속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며 35도 안팎의 무더위가 이어졌다. 11일 낮 최고기온은 경북 경주시 36.0도, 대구와 경북 경산시는 34.8도에 달했다.
때 이른 열대야와 폭염을 불러온 건 따뜻한 서풍이다. 특히 영동 지역은 서풍이 태백산맥을 타고 넘어가는 과정에서 기온이 더 오르는 ‘승온 효과’까지 더해져 열대야가 빨리 발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도시 열섬 효과 탓에 더웠다”고 설명했다.
● 온열 질환자 전년 대비 33% 늘어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온열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11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9일까지 누적으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72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4명보다 33.3%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는 군기훈련 중 쓰러져 지난달 25일 사망한 육군 훈련병도 포함돼 있다.
폭염은 이번 주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12일 낮 최고기온 역시 서울 30도, 대전 32도, 대구 강릉 34도에 달할 것으로 예보했다. 특히 경주는 11일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13일에도 낮 최고기온은 서울 32도, 대전 33도, 경주 34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인한 열사병과 열탈진 등 온열질환 발생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두통과 근육 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한 햇볕으로 인한 오존도 연일 전국 곳곳에서 ‘나쁨’ 또는 ‘매우 나쁨’을 기록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센터에 따르면 12일에도 경기 남부와 전남, 경상 지역의 오존 농도는 ‘매우 나쁨’으로 예상된다. 서울 등 나머지 지역도 대부분 ‘나쁨’일 것으로 보여 보건당국은 “낮 시간 불필요한 외출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짙은 농도의 오존에 노출되면 눈과 기관지에 염증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폐 질환이나 중추신경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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