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한 만큼 갚아드리겠다. 찾아가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어도 보복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달 17일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 협박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주장처럼 취중 상태에서 상당 기간 친분을 맺어왔던 피해자에게 자신의 감정들을 일시적·충동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이해될 여지가 많아 보일 뿐, ‘협박의 범의’ 및 ‘보복의 목적’에 따른 ‘구체적 해악의 고지’로 보기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어떠한 이유나 근거도 없이 적법한 방식과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정도를 벗어나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볼 객관적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대학교수인 A 씨는 피해자 B 씨를 포함한 동료 교수 8명에게 토지 분양과 관련해 C 씨를 소개했다. C 씨는 토지를 분양받으면, 자신이 토지를 개발해 매각하겠다며 이들에게 2016년 4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분양 대금 명목으로 2억 4700여만 원을 받았다.
B 씨 등은 2019년 토지를 분양받았지만, 개발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A 씨와 C 씨를 고소했다. 또한 A 씨를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은 A 씨와 C 씨가 공모해 분양 대금을 편취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에 A 씨는 교수직에서 직위 해제됐다.
A 씨는 조사를 받던 중 검사가 제시한 증거 서류를 열람하는 과정에서 B 씨 등이 자신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을 알게 됐다.
A 씨는 취중 상태에서 B 씨에게 ‘작성한 탄원서를 읽어봤다. 제가 인간관계를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인간관계를 정리하려고 한다. 정든 학교를 떠나게 되실 수도 있다. 제게 한 만큼 갚아드리겠다. 답장 부탁드린다. 연구실로 찾아뵙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A 씨는 문자 내용과 달리 실제 연구실을 찾아가진 않았다.
1심은 A 씨가 B 씨에게 우발적으로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문자 내용만으로는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해악을 가하겠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며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2심은 문자 내용이 보복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를 했다”며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 씨가 보낸 문자 내용이 보복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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