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는 데 문제 겪는 ‘난독증’…학업 부진 등 성장에 악영향
난독센터 보유한 대구교육청, 심층 상담 등 비용 전액 지원
올해는 고3까지 대상 확대
대구시교육청이 난독증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돕기 위해 진단부터 치료, 상담까지 전주기 지원에 나섰다. 난독증 증상으로 기초학력 부진은 물론이고 학교 환경 부적응 등 성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난독증은 지능은 정상 범주에 속하지만 글을 읽는 데 문제를 겪는 증상이다. 듣고 말하기에는 문제가 없으나 글자와 소리가 연결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세계적인 학자나 유명 인사도 이런 증상을 고백하며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의 사회활동가 에이브러햄 슈밋은 자신을 평생 괴롭혀 온 고질적 난독증에 대해 “단어 하나하나를 붙잡아 제자리에 묶어 두지 않으면 글자들이 서로 뒤섞여 알아볼 수 없었고, 심지어 글자가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난독증의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저학년 때 글을 읽고 쓰는 법을 터득해야 국어 이외의 다른 과목도 잘 따라갈 수 있다”며 “수학 수업과 시험 문제도 서술형으로 나오는 경향이기 때문에 읽고 쓰기가 안 되면 어떤 과목도 연계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2013년 전국 교육청 가운데 처음으로 서부교육지원청에 난독지원센터를 설립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난독증을 진단하고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대구시교육청 특화 사업으로 채택해 지역 전체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단계별로 지원 대상을 확대해 왔다.
학부모와 교사는 크게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교육청이 자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난독증 치료 지원 사업에 참여한 학생의 부모 가운데 98.8%, 담임교사는 89.5%가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고 응답했다. 특히 읽기 능력이 향상됐다는 응답이 학부모는 84.8%, 담임교사는 75.3%로 나타났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외부에서 난독증 치료를 받으려면 진단부터 치료까지 최소 200만 원에서 300만 원이 소요되지만 지원 사업 덕분에 학부모에게 금전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난독증 치료 지원 대상을 고등학교 3학년까지 확대했다. 지원 예산을 3억 원으로 편성해 지역 소재 난독 진단검사 기관 10곳과 난독바우처 제공기관 56곳을 지정했다. 이들 기관에서 난독증 의심 학생 심층 진단 및 치료와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며 비용은 전액 대구시교육청이 부담한다. 올해 1차로 학생 30여 명을 신규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연장 지원 학생을 포함하면 120여 명의 학생을 지원할 방침이다. 9월에는 초등학교 1학년을 중심으로 난독증 의심 대상자를 추가로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사업 추진 성과를 높이기 위해 최근 초등·중학교 업무담당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 연수도 실시했다. 난독증의 개념과 난독 학생 지도 방법 및 원리, 실제 지도 사례 등을 중심으로 연수가 이뤄졌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학습과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한 아이도 소외당하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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