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지하철 에어컨 가동을 둘러싼 ‘온도 전쟁’이 시작됐다. 승객마다 체감 온도가 다르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 건씩 민원이 빗발치고 있지만, 지하철 실내 온도 기준이 정해져 있어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12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6월 1일~7일까지 접수된 냉난방 관련 민원은 총 2만 2611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불편 민원 2만 6552건 중 냉난방 민원이 85%를 차지한 셈이다.
특히 승객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체감 온도가 올라가면서 민원이 집중된다. 지하철 9호선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 모 씨(28)는 “열차 안에서 사람들이랑 뒤엉켜 살을 맞대고 있다 보면 땀이 찰 정도”라며 “지하철에서는 창문을 열 수도 없는데 에어컨 온도라도 더 낮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에어컨이 지나치게 춥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5호선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장 모 씨(27)는 “땀 흘린 채로 지하철을 탔는데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서 금방 서늘해졌다”며 “온도 차가 너무 심해 감기 걸릴 뻔했다. 밖이 더운데 매번 걸칠 옷을 들고 다닐 수도 없지 않겠냐”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규정에 따르면 여름철 지하철 실내 온도는 일반칸 24도, 약냉방칸 25도로 운영하게 돼 있다. 아무리 민원이 많이 접수되더라도 여름철에는 최대 24도까지만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체감온도가 높은 출퇴근 혼잡 시간대에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실내 온도 기준이 정해져 있어 승객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사람마다 옷차림과 체감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칸에서도 ‘덥다’는 민원과 ‘춥다’는 민원이 동시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일부 승객들은 지하철 내 설치된 비상호출장치를 통해 온도조절 민원을 넣기도 한다. 이 경우 직원이 응급 상황으로 인식하고 현장을 직접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열차가 지연되기도 한다.
현재 1·3·4호선은 4번째·7번째 칸, 5·6·7호선은 4번째·5번째 칸, 8호선은 3번째·4번째 칸이 약냉방칸이다. 2호선은 혼잡도가 높아 약냉방 칸을 운영하지 않는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공기 순환에 따라 열차 양쪽 끝이 온도가 낮은 편”이라며 “춥다고 느끼는 승객들은 객실 중앙이나 약냉방칸으로 이동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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