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악몽' 화재 담배꽁초 방치 70대 재판
檢 "20층 거주자 박모씨도 사망"…공소장 변경
유족 "방화범을 실화범으로 형 낮추면 안 돼"
지난해 성탄절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3명으로 늘었다. 유족들은 실수로 불을 낸 것이 아닌 ‘방화’라며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판사 최형준)은 전날 중과실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78)씨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아파트 20층 거주자인 피해자 박모씨가 사망했다”면서 “상해 피해자 1명을 사망 피해자로 수정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날 재판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으로 5분여 만에 마무리됐다. 연갈색 반소매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김씨는 방청석을 몇 초간 둘러보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재판 종료 후 피해자 유족은 뉴시스에 “방화범을 실화범으로 형을 낮추면 안 된다”며 재판부의 엄벌을 촉구했다. 당초 경찰은 부주의로 인한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유족은 ▲화재 발생 당시 아파트가 흔들릴 정도의 폭음과 진동이 발생했다는 점 ▲화재 발생 직후 김씨가 불을 진압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은 점 ▲닫혀 있어야 할 출입문 2곳과 방화문, 창문을 고의적으로 열어둬 피해가 커진 점 ▲본인은 베란다를 통해 탈출한 점 ▲이웃과 친밀한 사이로 지냈다고 검찰에 거짓 진술을 한 점 등을 들어 고의적인 방화라고 주장했다.
화재 발생 지점 바로 위층에 살던 유족 A씨는 “화재 당시 ‘꽝’ 소리가 났다. 내 몸과 가구들이 떴다 내려오고 그다음에 냄새가 났다”고 회상하며 “가스나 휘발유가 터져 그런 충격과 진동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김씨가 살던 집은 가족의 고액 담보 대출로 경매에 붙여져 소유권이 이전된 상황”이었다며 “무단으로 거주하고 있던 김씨가 20여년 살아온 집에서 퇴거 압박을 받자, 반감을 품고 불을 지른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사고 이틀 전에도 A씨는 김씨와 낙찰자가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사고 당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조속한 퇴거하라’고 써붙인 경고문이 부착돼 있었다.
피고인 김씨는 지난해 12월25일 오전 도봉구 방학동 23층짜리 아파트 3층 자신의 집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을 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화재로 같은 아파트 주민 2명이 숨졌고 2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 6일 박씨가 병원에서 결국 숨을 거두며 사망자가 3명으로 늘었다.
4층에 살던 박모(33·남)씨는 생후 7개월 딸을 안고 뛰어내리다 목숨을 잃었다. 최초 신고자인 10층 거주자 임모(38·남)씨는 가족을 먼저 대피시킨 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최초 신고자 임씨 아버지는 “김씨가 저희에게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사고 발생 이후 5개월이 지났는데도 전화 한 통도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임씨의 어머니는 “반평생도 못살고 간 두 젊은이들이 너무 억울하다. 꼭 죗값을 치렀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라고 호소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작은 방에서 신문지 등 생활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가득 쌓여 있는데도 계속 담배를 피웠다. 약 7시간 동안 바둑 영상을 시청하며 담배를 피우던 김씨는 담배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은 채 나갔고, 불씨가 주변 가연물에 옮겨 붙어 불길이 확산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씨 변호인은 1심에서 “김씨가 담뱃불을 다 끄지 않은 상태에서 재떨이에 남아 있는 불씨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은 현장 감식 보고서에 기초한 것인데, 감식 보고서의 근거는 단지 화재 현장에서 담배꽁초가 있다는 추론일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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