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밀양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열린 ‘피해자의 삶에서, 피해자의 눈으로,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간담회에서 김혜정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잊지 않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무분별한 추측으로 상처받게 하지 말아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13일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자매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사건이 발생한 2004년부터 현재까지 피해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단체 중 하나다.
피해자 자매는 “이렇게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실 줄 몰랐다. 20년 전 이후로 영화나 TV에 (사건이) 나왔을 때 늘 그랬던 것처럼 ‘잠깐 그러다 말겠지’ 생각했다”며 “저희를 잊지 않고 많은 시민분이 같이 화내주고, 분노하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가끔 죽고 싶을 때도 있고,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미친 사람처럼 울 때도 있고, 멍하니 누워만 있을 때도 있지만 이겨내도록 노력하겠다”며 “얼굴도 안 봤지만 힘내라는 댓글과 응원에 조금은 힘이 나는 것 같다. 혼자가 아니란 걸 느낀다.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들은 “이 사건이 잠깐 타올랐다가 금방 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잠깐 반짝하고 피해자에게 상처만 주고 끝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검찰에게 2차 가해를 겪는 또 다른 피해자가 두 번 다시는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잘못된 정보와 알 수 없는 사람이 잘못 공개돼 2차 피해가 절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 유튜버의 피해자 동의, 보호 없는 이름, 노출, 피해자를 비난하는 행동은 삼가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13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밀양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열린 ‘피해자의 삶에서, 피해자의 눈으로,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간담회에서 김혜정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김혜정 상담소 소장은 “동의 없이 피해자 정보를 일방적으로 퍼뜨리고, 피해자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과 방식으로 재현하는 문제는 2004년 방송사와 경찰의 문제에서 올해 유튜버의 문제로 바뀌며 반복되고 있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일상에서 평온할 권리’는 ‘국민의 알권리’에 우선하는 생존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자가 자신에 대해 언급한 글의 삭제를 원하고 있다”면서도 “유튜버 고소는 법적 당사자를 직접 만나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피해자에 대한 비난으로 갈지, 피해자와 연대하는 장이 마련되는 과정으로 갈지 긴장하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소는 피해자 일상 회복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김 소장은 “피해자 및 가족과 상의해 일상 회복 온라인 모금을 시작하겠다”며 “모금액은 전부 생계비 지원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경 상담소 이사는 “현재 피해자는 주거환경도, 사회적 네트워크도, 심리적·육체적 건강도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정식 취업이 어려워 아르바이트 및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남학생 44명이 울산의 여중생 자매를 경남 밀양으로 불러내 1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1986~1988년생으로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성폭행에 직접 가담한 가해자 10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법원으로부터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았다. 소년부에 송치되면 보호처분을 받으며 전과가 기록되지 않는다. 나머지 34명 중 20명은 검찰이 소년부로 송치했다. 남은 14명 가운데 13명은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권이 없다며 풀어줬다. 1명은 다른 사건에 연루돼 창원지검에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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