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富)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515억 원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부한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13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193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난 고인은 남성고를 졸업했다. 1962년 중앙정보부에 특채됐고 재직 중 원광대 동양철학과에 들어갔다.
1980년 중정 기조실 조정과장으로 있다가 보안사에 의해 해직된 고인은 1983년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미래산업을 창업했다.
미래산업은 국산 반도체 수출 호조세 속 빠르게 성장했고 1999년 국내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이 됐다. 고인은 닷컴 열풍 시기 라이코스코리아 대표이사, 회장을 지내며 국내 벤처 업계 대부로 불리기도 했다.
2000년 은퇴한 고인은 이듬해 KAIST에 300억 원을 기부한 데 이어 2013년 215억 원을 추가 기부하며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설립에 기여했다.
고인이 KAIST에 처음 기부했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친서를 보내 “지식정보화시대에는 ‘빌 게이츠’ 같은 인물 열 명만 있으면 작은 나라도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늘 말해왔는데, 정 회장님이야말로 그 열 명의 빌 게이츠에 못지않은 일을 해내셨다고 생각한다”며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고인은 2014년 1월 기부금 약정식에서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개인적 약속 덕에 이번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2004~2005)과 KAIST 이사장(2009~2010)을 지냈고 과학기술에 대한 공로로 2014년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받았다.
저서로는 ‘왜 벌써 절망합니까’(1998), ‘정문술의 아름다운 경영’(2004), ‘나는 미래를 창조한다’(2016) 등이 있다.
빈소는 건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02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5일 오전 9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02)2030-7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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