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단체 대표에게 공개적인 비판을 받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원하지 않으면 의협은 정부와의 대화, 투쟁 전부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에 맡기고 손 떼고 싶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대전협이 의협에 4억 원의 성금을 요구했다는 사실도 밝히며 전공의 단체를 비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13일 오후 11시경 임 회장은 자신을 지지하는 전공의 등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집행부와 의협 전공의 문제 전면 불개입을 진지하게 논의하겠다”, “컴플레인(불평)만 가득이고 왜 내가 내 몸 버려가며 이 짓하고 있나 싶다”고 밝혔다. 전날(12일)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임 회장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단일 대화 창구? 통일된 요구안? 임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 등의 글을 올리며 임 회장을 비난하자 반발한 것이다.
임 회장은 카톡방에서 “대전협에 물어보라. 2000년과 2020년 선배들이 걷어준 성금은 어디에 있고 규모가 어떤지”라며 “이번에도 의협이 개입하는 거 원치 않는다면서 4억 원 달라고 공문을 보냈더라”고 했다. 이어 “중간 착취자라고 욕은 하고 중간 착취자들이 준 돈은 받느냐”고 힐난했다. 임 회장이 언급한 4억 원은 올 4월 28일 의협이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전공의 지원 목적으로 대전협에 지급하기로 결정한 돈으로 14일 현재 아직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임 회장은 의정 갈등 국면에서 ‘의협 중심의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의료계에서 정부의 대화 파트너는 의협이어야 한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이를 불신하며 의협과 다른 독자 노선을 고수하는 중이고, 의대 교수들도 따로 정부 및 정치권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협이 중심이 되려는 임 회장의 구상이 뜻대로 안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의협 지도부는 임 회장의 ‘불개입’ 발언을 부인하며 해명에 나섰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발언과 무관하게 전공의를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며 “의협에 부정적인 입장을 덜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 정도가 있을 뿐”라고 일축했다. 의협은 18일 예고된 집단 휴진 계획을 철회하는 대가로 정부에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 전면 철회, 의대 증원 재검토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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