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영화 같은 일이…‘엘베 중단’ 열흘 넘어가자 주민간 ‘갈등’

  • 뉴스1
  • 입력 2024년 6월 14일 17시 03분


승강기에 붙어있는 ‘이용 중지’ 안내문 .2024.06.14. 뉴스1
승강기에 붙어있는 ‘이용 중지’ 안내문 .2024.06.14. 뉴스1
최근 인천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승강기 이용 중단이 10일째 이어지면서 발생한 생활 불편이 입주민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14일 오후 1시쯤 뉴스1이 찾은 인천시 중구 항동7가 라이프비취맨션 3단지 건물 8개 동 승강기에는 ‘승강기 이용 중단’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수도권기상청 인천기상대가 이날 최고 기온을 35도로 예보하는 등 뜨거운 낮 더위를 보인 가운데, 아파트 공동 벤치에는 입주민 3명이 모여 앉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70대 여성 A 씨는 “식수가 떨어져 마트를 다녀왔지만, 옮길 수가 없어서 차에서 1통씩 꺼내먹고 있다”며 “누구 하나 사고를 당해야만 이 사태가 끝나는 거냐”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70대 여성 B 씨가 A 씨에게 손짓하며 “내가 당신보다 더 급한 상황에 부닥쳐있다”며 “이게 다 아파트 정책에 관심이 없던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이다”고 큰소리로 답했다. 올해 초 열린 아파트 입주자 회의 때 상정됐던 ‘승강기 보수 공사 안건’에 대해 A 씨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를 보던 60대 여성 C 씨는 A 씨와 B 씨 사이를 파고들어 “날도 더운데 왜 서로 화를 내 짜증만 돋우냐”며 “아무리 상황이 미워도 서로 나무라지는 말자”고 중재했다.

지난 1990년 준공된 이 아파트에는 608세대, 1440명이 거주하고 있다. 다만,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2017년부터 세 차례 실시한 승강기 정밀안전 검사에서 최종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서 아파트 단지 24대의 승강기 운행이 이달 5일부터 전면 중지됐다.

이에 물품 배달이 끊기면서 주민들은 직접 생필품을 나르고, 응급상황 시에도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계단을 오르기 전까지만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실제로 지난 12일에는 아파트 13층 주민 70대 여성 D 씨가 호흡곤란을 보여 출동한 소방대원이 그를 들것에 옮겨 병원에 이송할 때까지 1시간가량 소요되기도 했다.

아파트 측은 지난 5월 초 E 업체와 승강기 보완 공사 계약을 맺기도 했지만, 업체가 부품 수급에 차질을 겪으면서 공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파트 측은 업체의 보완 공사가 끝나는 즉시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정밀검사를 의뢰해 승강기 운행을 신속히 재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석진 라이프비취맨션 3단지 입주자대표회장은 “보완 공사 계약을 맺은 업체가 신속하게 공사를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입주자 대표로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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