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휴진 균열]
전공의 대표 “뭐하는 사람” 비판에
임현택 “개입 말라며 4억 달라 공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사진)이 “집행부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문제 불개입을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의협과 전공의 단체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임 회장은 “(전공의 단체가) 의협 개입은 원치 않는다면서 4억 원을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며 예산 지원 중단 가능성도 시사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 회장은 전날(13일) 오후 11시경 자신을 지지하는 전공의 등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의협이 전공의 문제에 더 이상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걸 바란다면 의협도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글을 올렸다. 또 글을 올리기 직전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임 회장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뭘 자꾸 본인이 중심이라는 것인지” 등의 글을 올렸다는 기사를 공유했다.
박 위원장은 의협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의협을 단일 창구로 요구사항을 다시 논의할 경우 18일 집단 휴진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한 걸 두고 “단일 대화 창구? 통일된 요구안? 임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고도 했다.
의료계에선 의협에 대한 전공의들의 불신이 갈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2월 전공의 병원 이탈 후 의료공백이 발생하자 환자들이 대형병원 대신 동네병원으로 몰리며 개원의들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전공의들은 개원의 중심인 의협이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을 위해 나서줄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또 전공의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의협이 우리를 대표할 수 없다”고 밝혀 왔다.
임 회장은 “2000, 2020년 선배들이 걷어준 성금은 어디 있고 규모가 어떤지 대전협에 물어보라”며 “이번에도 4억 원을 달라고 공문을 보냈는데 중간 착취자라고 욕하면서 중간착취자들이 준 돈은 받느냐”고도 했다. 임 회장이 언급한 4억 원은 올 4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전공의 지원 목적으로 결의된 지원금인데 아직 건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전공의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며 “의협에 부정적인 입장을 덜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 정도가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임 회장과 의협은 ‘의협 중심 단일대오’를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임 회장 대신 전공의를 움직일 수 있는 교수들과 주로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박 위원장과의 갈등까지 표면화되면서 의료계에선 “의협 중심으로 투쟁하려는 임 회장의 구상이 어긋나고 있다. 의협이 주도하는 집단 휴진 동력도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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