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지진 여러 번 겪고도…건축물 내진율 절반 수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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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6월 16일 1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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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민간건물 내진 설계는 의무화 돼있지만
기존 민간건물 내진 보강은 의무화 대상 아냐
높은 공사비용 부담에 자발적 보강 참여율 ↓
국비·지방비 20% 지원하지만…80%는 자부담
행안부 "중요 시설 한해 보조율 50% 상향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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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 지진으로 지진에 대한 전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건축물의 내진 성능 확보는 미진한 수준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간건축물의 내진 보강은 의무화 돼있지 않아 높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보강 공사에 나서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1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도로, 철도, 공항시설, 다목적댐, 저수지 등 을 합친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은 78.1%다.

내진율은 기존 시설물 중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했거나 내진 성능이 확보된 시설물의 비율을 말한다.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건축물의 비율을 뜻하는 ‘내진 설계율’ 뿐만 아니라 도면상으로 내진 설계가 돼있지 않더라도 성능 평가를 통해 내진 능력을 갖췄다고 인정되는 건물의 비율까지 함께 포괄하는 개념이다.

정부는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건축물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내진율’을 참고하고 있다.

내진율을 공공 ‘건축물’로 좁혀보면 54% 수준이다. 공공건축물 가운데 절반 정도만 내진 성능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35년까지 공공시설물 20만여개에 대해 내진율 100% 달성을 목표로 내진 보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완료 시점이 아직 10년 넘게 남아 있다.

이 시기가 되기 전까지 모든 공공시설물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보긴 어려운 셈이다.

민간건축물의 경우 내진 보강이 의무화 돼있지 않아 더 문제다.

2016년 경주 지진을 겪은 이후 2층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의무적으로 ‘내진 설계’를 하도록 이듬해 법이 강화됐지만, 이는 신축 건물에만 해당된다.

즉 2017년 이후 지어진 2층 이상 건축물은 반드시 내진 설계를 해야 하지만, 그 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내진 성능을 갖추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

대신 기존 건축물들도 현재의 내진설계 기준에 맞추도록 내진 성능 보강을 장려하는 여러 제도와 정부사업이 있긴 하지만 참여율이 낮다.

예를 들어 행안부는 지진·화산재해대책법에 따라 내진 성능이 확인된 기존 건축물에 대해 인증서와 인증명판을 교부해주고 있다. 인증을 받으면 사업소득세, 법인세를 공제받을 수 있고 취득세, 재산세 등 지방세 감면과 지진재해 관련 보험료 할인 등 혜택이 주어진다.

인증을 받기 위해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시설물의 능력을 평가하는 ‘내진성능평가’에 소요되는 비용도 60% 지원한다. 여기에 지방비도 매칭되기 때문에 국비·지방비 보조율이 상당하다.

성능평가 결과 내진 보강이 필요한 건물들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공사 비용도 국비(10%)와 지방비(10%)를 합쳐 20% 가량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나 내진 보강 공사 비용 부담이 높은 탓에 민간에서 내진 보강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행안부 관계자는 “내진 보강 공사에 건물 하나당 수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80%는 자부담해야 하는 만큼 보강 공사에 잘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 시작된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 지원 사업을 신청한 곳은 KT 광화문 지사와 KT 인천지사, 단 2곳 뿐이었다.

올해의 경우 내진 보강 지원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행안부와 협의를 진행 중인 곳이 10여곳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미진한 수준이다.

문제는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에 대한 국고 지원율을 높이는 데에는 예산상 한계가 있고, 모든 건물에 대한 내진 보강을 의무화하기에는 사회적 비용이 커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병원, 다중이용시설 등 지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설에 대해 우선적으로 보조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행안부는 지진에 취약하거나 오래된 다중이용시설, 병원 등에 한해 국비·지방비 지원율을 기존 20%에서 50%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예산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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