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무기한 휴진 돌입]
서울대병원 교수 진료변경 혼란
중증-희귀병 진료 유지하겠다더니… 일부 교수는 모든 환자에 ‘연기’ 통보
비대위 “병원오면 대면진료 해줄 것”… 환자들 “휴진 현실화땐 고소-고발”
17일부터 무기한 휴진하되 중증·희귀병·응급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하겠다고 했던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실제로는 중증·희귀병 환자에 대해서도 진료 변경을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4기 암 환자에게도 “진료가 한 달 연기됐다”는 문자가 도착하며 논란이 되자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단체는 “중증·희귀병인 경우 요청하면 다시 진료를 잡겠다. 혹시 문자를 못 보거나 상황이 급해 병원에 온 경우 진료를 하겠다”고 밝혔다.
● 중증·희귀질환자 “진료 변경 통보받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 방침을 밝히면서 “다른 병원에서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큰 영향이 없는 정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중증·희귀질환자에게는 차질 없이 진료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교수의 경우 담당하는 모든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진료 연기 통보가 간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단체 인터넷 카페에서 자신을 신장암 4기라고 밝힌 한 환자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료와 항암치료가 6월 20일에서 7월 23일로 연기된다는 문자가 왔다. 4기 암 환자가 중증이 아니면 누가 중증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대 의대·병원 비대위 관계자는 “병원 차원에서 집단 휴진을 불허하고 직원들도 일정 변경 업무를 거부해 일부 교수는 직접 연락해 진료 일정을 바꿨고 일부는 비대위 차원에서 대신 진료 예약을 변경했다”며 “이 과정에서 중증·희귀질환자 명단을 안 낸 일부 교수는 일괄 진료 연기가 통보된 걸로 안다”고 했다.
바뀐 일정 역시 비대위가 일방적으로 정해서 통보한 것이어서 일부 환자들은 “환자 사정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 “문자 못 보고 온 경우 그냥 진료할 수도”
비대위 측은 “문자에서 ‘병원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다시 조정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 비대위 콜센터로 전화하면 일정을 조정해 주고 있다”고도 했다. 진료 연기 통보를 받은 중증·희귀질환자가 콜센터로 연락하면 다시 진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대위 콜센터에는 “진료 날짜를 다시 잡아달라”는 요청이 수백 건 접수됐다고 한다.
다만 비대위가 보낸 문자 중 일부에는 비대위 콜센터 대신 병원 대표번호가 잘못 기재돼 환자들의 혼선을 가중시켰다. 분당서울대병원 대표번호를 콜센터 번호로 잘못 안내받은 한 환자는 “문자에 적힌 번호로 전화하니 주말이라 ARS 안내만 나오고 연결도 안 됐다”고 했다.
환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비대위 관계자는 “휴진 참여 교수들도 병원 출근은 정상적으로 한다. 진료 연기 문자를 못 보고 병원에 온 경우 기존 약 처방을 받을 수 있고, 필요하면 대면 진료도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전면 휴진 대신 진료 정상화, 준법투쟁에 가깝다고 봐 달라”고 했다.
환자들은 무기한 휴진이 현실화될 경우 고소·고발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의대·병원 비대위와의 공개토론을 제안한 한국중증질환연합회의 김성주 회장은 “최근 4개월 동안 신규 암 환자는 진료도 못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기한 휴진하면 암 환자들은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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