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62)이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전 민주당 대표)(61)에게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이 전 부총장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취지로 표현한 데 대해 공개 해명을 요구했다.
이 전 부총장은 17일 송 대표에게 보낸 서신을 법원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공개하며 “대표님은 검찰 횡포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논지에 여전히 저를 이용하고 계시다. 기가 막힌 현실”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부총장은 “대표님은 2023년 4월 귀국하며 ‘이정근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공개발언하셨다”며 “무고함과 억울함을 목 터지게 주장하던 저의 진실은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고 했다.
이어 “대표님의 발언으로만 보면, 이정근을 무참히 잘라버리고 오히려 검찰수사 과정과 결과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두둔한 것”이라며 “그 근거 없는 허위 발언으로 인해 저는 회복 불가능한 낙인이 찍혔고, 제 인생도 송두리째 짓밟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갑자기 저의 증인출석(5월20일)을 앞두고 옥중서신에서 저를 언급하셨다. ‘민사소송이 형사소송으로 변질되고…’라고 밝히셨다. 이 시점에 의외였다”며 “그래서 5월 29일로 미뤄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표님 발언으로 인해 저와 제 남편이 겪었던 고통에 대해 진실을 요구했지만 대표님은 그저 변명으로 일관했고 끝내 핵심은 피했다. 참담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장은 “돈봉투 사건에서 저의 일탈행위라고 지목한 것이냐”며 “대표님의 일탈 발언 이후 저에게 모든 혐의를 덮어씌우자고 모의라도 한 듯 이성만, 강래구, 조택상 등이 한목소리로 저에게 몽땅 뒤집어씌웠다”고 비판했다.
또 “녹취록이 공개되고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 모두 비겁한 적반하장 겁쟁이들이었음도 드러나고 있다”며 “이들은 당대표 선거 이전부터 제가 모 대기업 계열사 임원으로 재직 중인 사실을 알았고 저의 임원 카드의 달콤함을 즐겼던 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표님의 법적투쟁이 무엇이든, 저를 수단으로 삼으신다면 녹취록이든 민사-형사 변질이든 사용하셔도 좋다”면서도 “다만 대표님께서 살려 한다면 짓밟아놓은 저를 먼저 오명에서 벗어나게 해야 하지 않겠냐. ‘내 손톱 밑 가시가 먼저’라는 이기심은 정치경력 25년, 당대표를 지내신 거물급 정치인 송영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송 대표는 프랑스 파리에 방문 연구교수로 머물렀던 지난 4월 잠시 귀국해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이 전 사무부총장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를 감시, 감독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당시 당 대표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라며 의혹과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해 10월 사업가 박 모 씨로부터 각종 청탁 대가로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4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달 송 전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남편이 당시 자신의 구명을 위해 사실관계를 잘 알고 있는 송 전 대표에게 통화를 시도하고 만나려고도 했지만 거듭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송 대표가 위증을 교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이 전 부총장은 자기 남편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야 송 전 대표를 만났고 당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송 대표는 책에 ‘나를 믿고 훗날을 함께 도모하자’는 메모를 써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초에도 소나무당 측 사람이 구치소로 찾아와 송 전 대표 상황을 설명하며 송 전 대표의 편지를 전달하는 등 회유를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한편 송 전 대표는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 원을 받고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소각 시설 청탁을 받으며 4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21년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는 이성만 전 의원과 사업가 김 모 씨로부터 각각 1000만 원과 5000만 원의 불법 자금을 받아 경선캠프 지역 본부장 10명과 현역 국회의원 20명에게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송 대표는 지난달 30일 구속 수감된 지 163일 만에 보석 석방돼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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