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부터 팬데믹에 수업결손 누적
수학 기초미달 4년새 7.6%P↑
국어는 5년새 2배 이상 늘어
“교권 추락으로 적극 지도 어려워”
고2 학생의 국어와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학은 학생 6명 중 1명이 학교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 누적된 학습 결손이 엔데믹 후에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2 기초학력 미달 비율 최악
17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3년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2 학생의 경우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16.6%로 2019년(9.0%)보다 7.6%포인트 상승했다.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8.6%로 2018년(3.4%)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이 조사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 현황을 분석하기 위해 중3 및 고2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것이다. 원래 전수조사였지만 2017년부터 표본평가로 바뀌었고 지난해는 2만47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중3 때 배우는 인수분해를 고1 때도 못 하는 학생이 부지기수”라며 “기초가 안 돼 있으니 수업시간에 문제를 풀려는 시도조차 못하고 엎드려 자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고2 학생의 수학과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0년보다도 높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시 감염을 우려해 대면 수업을 자제하는 동안 공교육에 의존하던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고2는 2020년 중2였다. 중1은 자유학기제로 시험을 안 보는 학교가 많다 보니 중2 때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수업 결손 영향이 누적되며 기초학력 저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교권 추락으로 적극적 학습지도 어려워”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의 학력을 우수학력(4수준), 보통학력(3수준), 기초학력(2수준), 기초학력 미달(1수준) 등 4단계로 진단한다.
지난해 중3 학생의 경우 국어 수학 영어에서 모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수학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49.0%로 2017년(67.6%) 이후 가장 낮았다. 국어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고2는 52.1%, 중3은 61.2%로 모두 2017년 이후 최저치였다.
학생들이 책보다 유튜브와 쇼츠(1분 미만의 짧은 동영상)에 익숙해지고 대학입시에서 독서 기록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독서량이 줄어 문해력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의 한 고교 교감은 “많은 학생들이 긴 호흡이 필요한 책 읽기를 힘들어한다. 글쓰기는 더 심각해 주술 관계도 안 맞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예를 들면 흥부전에서 한 문단 내 학생들이 모르는 단어가 2, 3개 된다”며 “어려운 단어가 아닌데 모르다 보니 지문 해석을 제대로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부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중학교 영어 학업성취도는 상승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중3 영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62.9%로 전년보다 7%포인트 상승했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6.0%로 2.8%포인트 줄었다. 서울 한 중학교 교사는 “코로나19 확산기에 줄었던 영어 듣기 말하기 수업이 재개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앞으로 기초학력 책임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학교 현장에선 “교권이 추락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지도하기가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충남의 한 고교 교사는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우는 것도 반발을 살까 싶어 조심스럽다. 수업 시간에 소극적으로 지도할 수 밖에 없다 보니 기초학력 저하자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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