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문의문화재단지 공무원들이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10여 년간 점심 식사 준비를 시켰다는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17일 청주시에 따르면 문의문화재단지에 근무하는 청원경찰 등 공무원들은 70대 여성 기간제 근로자 A 씨에게 2년간 점심을 준비하게 했다. 청주시 문화재 시설 운영지원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를 보면 A 씨의 업무는 청소 등 시설물 환경정비라고 명시돼 있으나, 업무와 관련 없는 식사 준비를 하게 한 것이다.
공무원 4명은 각자 10만 원씩을 걷어 A 씨에게 줬다. A 씨는 출근 전 식재료를 구입해 버스를 타고 근무지까지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이다. A 씨는 점심시간인 오전 11시 30분 전까지 식사 준비를 마치고 설거지 등 뒤처리도 도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이전에 근무했던 기간제 근로자들도 같은 방식으로 10여 년간 점심을 준비해 왔다. 공무원들은 주변에 식당이 별로 없는 데다 매번 배달이나 도시락을 준비하기 힘들다며 기간제 근로자에게 점심을 준비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갑질 의혹이 제기되자 청주시 문화재 팀은 “자체 조사 결과 그간 A 씨의 거부 의사가 전혀 없었고 합의 하에 이뤄졌기에 이러한 의혹이 제기돼 당황스럽다”며 “공무원들의 식사 준비를 한 시간은 1시간 정도로 오랜 시간을 할애한 것이 아니라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밝혔다.
A 씨도 자체 조사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것에 대해 불만 사항이나 서운했던 점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들 공무원을 비판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새벽에 일어나 장 보는 것에 대해 특근수당이라도 지급했나. 직무 외 다른 일을 시킨 거 아닌가. 도시락을 싸 오기 싫다고 부모 같은 사람한테 밥을 준비하게 하나” “의사 표현이 없다고 강제성이 없는 거냐. 당장 싫다고 얘기하면 기간제라 잘릴 수도 있는데 그렇게 말하겠나” “노인이 아침에 출근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할 텐데 식자재까지 준비해서 밥 준비하고 치웠다니, 10년간 이상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았다.
문의문화재단지는 현재 식사 준비를 철회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해당 의혹의 진위를 떠나 기간제 근로자들이 점심을 준비하게 한 점은 큰 죄”라며 “앞으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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