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 내음 따라 쉼과 치유가 손짓한다… 어서 오라고[팜타스틱한 농촌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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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경기 가평군 잣향기푸른마을
피톤치드 생산 왕성 ‘힐링 숲’ 관문… 지난해 농식품부 ‘으뜸촌’ 또 선정
직접 재배 제철 식재료 시골밥상에… 목공 공방 등 40여개 체험프로그램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 농촌 지역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3월 ‘새로운 농촌 패러다임’에 따른 농촌 소멸 대응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가 농촌 관광 활성화로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을 살리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농촌 관광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국가 현안 과제이다. 치유-워케이션-체험 등을 테마로 현재 진행 중인 농촌 관광 사업지들을 둘러보는 이유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고물가 탓에 얇아진 지갑 앞에서 고민 중인 독자에게는 쏠쏠한 여행 정보가 될 것이다.》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됐다. 기상청은 19일부터 제주에 내리는 비로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날씨가 덥고 습해지면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나거나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심해지면 현기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더위에 계속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열 스트레스 반응’이다.

이럴 때일수록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도시 인근 농촌 지역을 찾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시원한 숲을 찾아 산림욕을 즐기고, 여유롭게 농촌 생활을 경험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자연스레 풀린다.

●살구나무 우거진 숲길… 잣향기푸른마을

경기 가평군 치유의 숲으로 잘 알려진 ‘잣향기푸른숲’으로 가려면 거쳐야 하는 ‘잣향기푸른마을’ 초입. 뒤편으로 축령산(왼쪽)과 서리산이 보인다. 가평=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잣향기푸른마을 제공
경기 가평군 치유의 숲으로 잘 알려진 ‘잣향기푸른숲’으로 가려면 거쳐야 하는 ‘잣향기푸른마을’ 초입. 뒤편으로 축령산(왼쪽)과 서리산이 보인다. 가평=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잣향기푸른마을 제공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체감온도가 30도를 넘던 이달 12일, 경기 가평군 상면 ‘잣향기푸른마을’을 찾았다. 행정구역으로는 행현1리. 살구재로도 불리는데 ‘살구나무(杏) 고개(峴)’를 한자어로 쓴 것이다. 주변 일대에 살구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치유의 숲’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잣향기푸른숲’의 관문에 해당한다. 가평군에서 잣향기푸른숲을 가려면 마을을 거쳐야만 하기 때문. 잣향기푸른숲은 가평군과 남양주시의 경계를 만드는 축령산(해발·876m)과 서리산(834m) 사이에 위치한 휴양림이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에 따르면 경기도 내 15개 산림 휴양지 가운데 피톤치드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특히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10월 사이에 피톤치드 생산이 왕성하다.

출근 시간대를 피해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승용차를 타고 잣향기푸른마을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전철을 이용한다면 경춘선 상봉역에서 청평역까지 간 뒤 택시를 타야 한다. 버스라면 청량리, 구리, 마석, 대성리, 청평을 경유하는 1330번을 타고 청평터미널에서 내린 뒤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마을 입구에 일주문인 ‘천지문’이 서 있다. 가평=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잣향기푸른마을 제공
마을 입구에 일주문인 ‘천지문’이 서 있다. 가평=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잣향기푸른마을 제공
승용차를 타고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 신경춘로, 경춘로를 거쳐 축령로를 타고 들어가자 ‘天地門(천지문)’이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이 나타난다. 잣향기푸른마을 입구다. 이 문은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7년 전에 세웠다. 동양철학의 뼈대이자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실천하며 살자는 뜻을 담았다.

●숙박-음식-체험시설, 전국 ‘으뜸’ 마을

마을 시설물 위치도.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숙박 시설, 식당, 체험장 등이 걸어서 5분 거리여서 이용하기에 편하다. 가평=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잣향기푸른마을 제공
마을 시설물 위치도.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숙박 시설, 식당, 체험장 등이 걸어서 5분 거리여서 이용하기에 편하다. 가평=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잣향기푸른마을 제공
잣향기푸른마을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으뜸촌’에 이름을 올렸다. 으뜸촌은 농림부가 2013년부터 전국의 농촌 체험 휴양 마을 가운데 숙박과 음식, 체험 프로그램 등 3개 분야를 심사해 모두 1등급을 받은 곳에만 주는 평가 인증이다.

잣향기푸른마을은 2020년에 처음으로 으뜸촌이 된 이후 3년간 자격을 유지했고, 지난해 재심사에서 다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의 경우 전국에서 329곳이 신청해 32곳만이 으뜸촌이 됐다. 현재 전국 1178개(2022년 말 기준) 농촌 체험 휴양 마을 가운데 으뜸촌은 60곳에 불과하다.

잣향기푸른마을은 또 지난해 전국농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가 진행한 ‘우수마을 사례 경진대회’에서 3등에 해당하는 우수상을 따냈다. 이 밖에 2021년에는 농협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경진대회’에서 동상을 차지했고, 2020년에는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의 ‘희망산촌공동체 경진대회’에서 우수마을로 선정됐다.

잣향기푸른마을은 이러한 명성에 걸맞게 쾌적한 숙박시설과 식당(천지관)을 갖추고, 40여 종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복층형 숙박시설은 성인 대여섯 명은 너끈하게 묵을 수 있는 크기의 목구조주택(6동)이다. 조리시설과 목욕시설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숙박시설 뒤편에는 수영장도 있어 여름 휴양시설로 손색이 없다.

넓고 쾌적한 식당에서는 직접 재배한 제철 식재료로 만든 각종 반찬 등이 뷔페식으로 제공된다. 기자가 찾은 12일에는 시원하면서 칼칼한 맛이 일품인 오이냉국에 10가지가 넘는 제철 나물로 채워진 시골 밥상이 준비돼 있었다.

●목공 치유부터 잣향기주머니 만들기까지

방문객들이 마을 체험장에서 가평 대표 특산물 잣을 까 보고 있다. 가평=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잣향기푸른마을 제공
방문객들이 마을 체험장에서 가평 대표 특산물 잣을 까 보고 있다. 가평=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잣향기푸른마을 제공
40여 개의 체험 프로그램은 가짓수만큼이나 유형이 다양했다. 목공 치유 공방과 가평군의 특산물인 잣을 활용한 잣송이 까기 체험, 잣향기주머니 만들기, 수제 잣소시지 만들기는 연중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목공 치유 공방은 빵도마부터 고급 우드펜, 전등 박스, 우편물함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시설과 재료로 채워진 작업장이 마련돼 있다.

계절별로 운영되는 프로그램도 많다. 3∼12월엔 잣고추장부터 인절미, 칼국수 등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4∼11월엔 잣두부 만들기, 감자 캐기 등이,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고구마 고추를 비롯한 각종 농산물 수확, 김장김치 담기 등이 진행된다.

특히 4월부터 겨울이 시작되는 11월까지 운영되는 프로그램 중에선 잣향기푸른숲을 마을 주민들이 숲 해설사로서 동반하며 트레킹하는 ‘축령산 숲 치유’가 포함돼 있다. 피톤치드 생성이 가장 왕성한 때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도마를 만들어 보고 있는 방문객들. 가평=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잣향기푸른마을 제공
도마를 만들어 보고 있는 방문객들. 가평=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잣향기푸른마을 제공
숲 치유와 식사, 도마 만들기 체험을 패키지로 만든 ‘숲과 나무가 함께 하는 치유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20명 이상 단체를 대상으로 주중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3시에 끝나는 일정으로 진행되며, 주말에는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준기 마을 운영위원장(행현1리 이장)이 숙박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평=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잣향기푸른마을 제공
이준기 마을 운영위원장(행현1리 이장)이 숙박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평=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잣향기푸른마을 제공
이준기 잣향기푸른마을 운영위원장(행현1리 이장)은 “살구재라고도 불리는 우리 마을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민속문화 보존을 중시하는 주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며 “다양한 프로그램과 쾌적한 시설이 준비돼 있어 가족 단위나 단체로 즐기기에 아주 좋다”고 말했다.

#농촌 관광#으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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