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의회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주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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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장기화로 추경예산안 ‘표류’
작년 의회 승진 인사가 갈등 불씨… 이후 본회의서 예산 88억 원 삭감
군의회 “절차대로 심의해 의결”, 의령군 “직무유기… 전액 복원을”
2차 추경안 제출에도 임시회 미소집… 안전-민생 예산 집행 계획에 차질

지난해 말 인사권 대립으로 촉발된 경남 의령군·의회 간의 갈등이 반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경남 의령군 간부공무원들이 지난달 30일 군청에서 군의회의 2회 추가 경정예산 파행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의령군 제공
지난해 말 인사권 대립으로 촉발된 경남 의령군·의회 간의 갈등이 반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경남 의령군 간부공무원들이 지난달 30일 군청에서 군의회의 2회 추가 경정예산 파행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의령군 제공

“군민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고 고의적·의도적으로 직무를 저버리고 있다.”(오태완 경남 의령군수)

“임시회를 소집하지 않았다고 군수가 직무유기로 (나를) 경찰에 고소했는데 (정례회에서 추경안을 다루지 않는다고) 또 고소하면 되는 것 아니냐.”(김규찬 의령군의회 의장)

지난해 말 인사권 대립으로 촉발된 경남 의령군·의회 간의 갈등이 반년째 이어지면서 현안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는 등 군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추경예산 삭감과 임시회 미소집까지 이어지는 상황 속에 급기야 군수가 군의회 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갈등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갈등 장기화로 애꿎은 주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 인사권 대립→예산 삭감→고소전

의령군과 의회의 갈등은 지난해 12월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의회가 6급 직원을 5급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내자 군 집행부가 “인사 협약을 위배하고 집행부와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인사를 단행했다”고 반발하면서다. 의회는 해당 인사가 적절했다는 취지로 반박했지만 당시 양측 화해는 없었다고 한다.

첫 갈등 이후 의회는 예산을 놓고 군 집행부와 신경전을 벌이며 갈등을 키웠다. 4월 9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1회 추경예산 373억 원 중 88억 원(23.7%)을 삭감하면서다. 최근 여섯 번 추경예산안 평균 조정 비율인 0.8%의 29배 수준에 달했다. 의회는 절차대로 추경예산을 심의해 의결했다고 설명한 반면 군은 안전·민생 예산 집행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비판하며 군의회와 맺은 협약을 해지하고 의회 파견 직원을 복귀시켰다.

갈등은 이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의령군은 지난달 13일 제2차 추경예산안을 군의회에 제출하면서 삭감 예산안 전액을 복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의회는 “군이 파견한 직원이 없어 업무를 볼 수 없다”는 논리로 2차 추경안 제출에도 임시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갈등은 고소전으로 번졌다. 오 군수는 “김 의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 수행을 거부했다”며 김 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5일 의령경찰서에 고소했다. 군은 김 의장 사과와 공개토론회를 요청한 반면 김 의장은 사실상 이를 거부하고 있다.

● 군정 마비·사업 차질… “대화로 갈등 해결을”

의회는 17일부터 열리고 있는 의령군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도 추경안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으면서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추경안에는 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 지원사업, 농로 포장 및 배수로 정비 공사 등 민생 예산이 다수 포함돼 있는데 갈등 장기화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군은 지역 내 유일한 응급의료기관인 의령병원 응급실 법정 인력 추가 채용이 필요해 군비 2억 원을 예산안에 올렸다. 그러나 임시회에 이어 정례회에서도 심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의령병원 응급실 근무 인원은 12명으로 간호사 1명과 방사선사 1명, 보안 인원 2명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지역에서는 양측 갈등으로 군정이 마비되면 결국 주민들이 피해를 떠안게 될 수밖에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의령읍에 거주하는 주민 이모 씨(55)는 “군과 의회의 갈등이 오래 이어져 군민 불안도 날로 커지고 있다”며 “한 발씩 양보해 조속히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고 다시 신뢰를 얻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의령#추가경정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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