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 없애자 제주 천연림 살아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9일 03시 00분


제주도, 삼나무 간벌 사업 착수
삼나무 과잉 성장하며 햇빛 차단… 주변 생물-감귤나무 등 생장 방해
꽃가루 알레르기 원인으로도 지목
2016년 벌목 후 식물종 두 배로… 거문오름 내 10만 그루 베어낼 계획


2016년 간벌이 이뤄진 제주시 조천읍 거문오름 인근 삼나무 숲. 제주도 제공
2016년 간벌이 이뤄진 제주시 조천읍 거문오름 인근 삼나무 숲. 제주도 제공
제주에 삼나무가 심어진 것은 일제강점기인 19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표고버섯 등 임산물 채취를 위해 대규모로 벌채했는데, 이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제주시 월평동 24ha(헥타르)에 일본 나가노산(産) 삼나무를 처음 심은 것이다. 9년 후인 1933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시험림(7.3ha)에도 일본 아키타산 삼나무로 조림 사업을 벌였다.

광복 후에도 삼나무는 벌거숭이인 제주의 산과 들판을 메워줄 수종으로 주목받았다. 당시만 해도 제주에서는 석탄과 석유가 부족해 나무는 물론 쇠똥이나 말똥까지 태워 난방이나 취사를 해결하던 시절이었다.

아울러 1960년 이후에는 감귤원 ‘방풍수’로도 삼나무가 활용됐다. 빽빽하게 심어진 삼나무가 제주의 강한 바람으로부터 감귤을 보호했기 때문이다.

● 녹화사업 첨병에서 애물단지로

제주도가 2022년 실시한 삼나무 분포 및 자원화 관련 용역에 따르면 삼나무 분포 면적은 전체 산림 면적 8만7334ha의 4.9%인 4307ha(국유림 1789ha, 공·사유림 2518ha)에 달한다. 특히 전체 삼나무림 가운데 적정 기준(ha당 890그루)보다 과밀하게 조성된 숲은 91.5%, 수령이 40년 이상 된 숲도 82.2%에 이른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삼나무 숲은 과잉 성장과 밀식의 문제를 가져왔다. 현재 제주에서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등이 다른 지역보다 심한 이유 중의 하나로 삼나무 꽃가루가 지목된다. 2015년 자료(대한아토피비부염학회)에 따르면 도내 소아 아토피 유병률은 7.3%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또 2020년 제주대 환경보건센터 발표에서는 제주에 2년 6개월 이상 지속해서 거주한 경우 아토피 알레르기 반응 정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생물 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삼나무가 20∼30m까지 우거지게 자라면서 지면에 도달하는 햇볕을 차단, 하층식생 발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의 인공림 비율이 높다며 고유 식생 복원과 생물종 다양성 제고를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제주도는 2016년 거문오름 일대 인공 조림지 12.5ha에서 삼나무 45%를 베어낸 뒤 6년이 지난 2022년에 모니터링을 진행했더니 기존 52종에 불과했던 식물이 95종으로 크게 늘었다. 감귤원 경계에 심어진 삼나무 역시 감귤나무로 향하는 햇빛을 막아 감귤의 당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 뒤안길로 사라지는 삼나무

간벌 5년 후 식생이 회복된 모습. 제주도 제공
간벌 5년 후 식생이 회복된 모습. 제주도 제공
삼나무 벌목 효과를 본 제주도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간벌(식재 후 10년 이상 자란 나무를 솎아내는 것)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2029년까지 6년에 걸쳐 총 42억 원을 투입해 거문오름 내 삼나무 10만 그루(60.2ha) 전량을 단계적으로 간벌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이번 사업을 통해 거문오름이 인공 조림이 아닌 천연 자연림으로 완전히 복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감귤의 고장인 서귀포시에서는 올해 18억8900만 원을 투입해 감귤원 방풍수(삼나무) 5만4000그루를 벌목하기로 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방풍수 제거로 고품질 감귤 생산, 도로변 경관 환경 개선, 도민 꽃가루 알레르기 발생 감소 등 1석 3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삼나무 간벌로 거문오름의 생태적 건강성을 되살리고 세계적 가치를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제주도#삼나무#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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