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은 “우루루 쾅쾅”, 아래층은 “시끄럽다” 항의… 신혼 꿈 산산조각[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9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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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위층 소음 때문에 미칠 지경인데, 아래층에서 올라와 “제발 쿵쿵거리지 말아달라”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건축 자체가 층간소음에 취약하도록 지어졌다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20년 된 아파트이든, 신축 아파트이든 상관없습니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비용절감형이어서 층간소음에 취약한 편입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아파트에는 저소득층이 사는 경우가 많아 이런 소음을 당연시 여기지만, 우리나라는 중산층은 물론이고 최고소득층도 살기 때문에 신경 거스르는 소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등과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래는 실제 있었던 사례입니다. 층간소음으로 고민하시면 메일(kkh@donga.com)으로 연락주시면 전문가들과 상의해 해결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사례:위층 소음은 참고 사는데, 아래층은 걸핏하면 항의…이사 밖에는 해결책 없는지

서울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신혼 여성입니다. 층간소음 때문에 하루하루가 ‘이게 사는 게 맞나’싶은 나날입니다. 저는 층간소음 ‘피해자’ 이면서 ‘가해자’입니다.

신축 아파트 청약에 당첨이 되어 입주 전까지 시댁에서 지내고, 아파트로 이사를 갔습니다.
꿈에 부풀던 신혼 생활을 신축아파트에서 하다니, 나름 꿈에 부풀어 행복한 날만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사 온 첫날부터 저는 층간소음 ‘가해자’가 되었습니다.

신축 아파트에 입주를 조금 늦게 시작해 아래층에는 이미 들어와 있었습니다. 입주 날 오전 청소를 하는데 아래층에서 연속 세 번이나 쫓아 올라왔습니다. 당황했고, 저나 남편이나 단독주택에서만 지내다보니, 아래층이 많이 시끄러웠나 싶어서 죄송하다는 사과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로도 주기적으로 인터폰, 관리소 연락, 직접 찾아오기 등 으로 괴롭히는 일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저희가 입주하기 전에는 안 그랬다면서 이상한 궤변까지 하며 항의해서 이해가 안 갈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입주하기 전에는 공실이었으니 조용했을 수밖에요.
하지만 위층인 우리가 잘못이 크겠지 싶어서 더욱 조심하자며 쥐 죽은 듯 생활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말하던 층간소음은 위층이 잘못이 큰 듯합니다.

그런던 와중에 위층이 저희보다 좀 늦게 입주를 했습니다. 이제 아래층 집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위층이 이사온 첫날, 거실과 안방에서 쿵쾅쿵쾅 소리가 나서, 이사를 왔으니까 참아야지 하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록 늦은 밤에도 천장에서 기차 다니는 듯이 우르르 쾅쾅 소리가 나고 새벽부터 광음이 시작합니다.

발망치 쾅쾅 소리는 기본이고, 방문 여닫는 소리가 마치 우리집 방문 닫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TV에서 보는 것처럼 위층에서 문 한번 닫으면 온 집안이 들썩거리는 기분입니다.

저도 겪어봐서 아니까 위층에 다짜고짜 민원을 하기가 신경이 쓰여 되려 “정말 죄송한데, 밤 늦은 시간에는 조용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니, “밤 늦은 시간에 연락하는 건 사생활 침해”라며 오히려 화를 냈습니다. “죄송하다”고 하고 얼른 인터폰을 끊었습니다.

저 역시 아래층을 통해 겪었던 일들이니까 정말 처지 바꿔 생각해보자 이런 심정으로 죄송하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위층은 전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이 온 집안을 마치 마당인 듯 활보하고 다닙니다. 특히 방바닥에 누워 지내는건지, 쿵하는 소리가 한 군데에서만 들리는 것이 아닌 넓게 퍼져 들립니다.

제일 걱정인 것은 제 남편은 새벽 5시에 일을 나가서 하루 종일 운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을 나가고 있어 큰 사고가 나질 않을까 너무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됩니다.

저희는 잠잘 시간에 위에서 쿵쿵 드르럭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려도 최대한 이해를 하는 편입니다. 저희 아랫집도 최대한 조심하고 있는 저희를 조금만 이해를 해 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는 엄마가 집 구경을 하신다고 하루 주무시고 가셨는데, 엄마가 오시자말자 아래층에서 관리소를 통해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달라는 민원전화가 왔습니다. 정말 욱할 정도로 화가 났지만, 엄마에게는 아래층의 층간소음 민원이 자주 있다고 말씀드리고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그 날 밤 잠을 자려고 준비하시던 엄마가 갑자기 이게 무슨소리냐고 하시길래 위층에서 들리는 소리라고 하니, “이렇게 사는게 괜찮냐”고 물어보십니다. 엄마에 말에 그 동안에 눌러왔던 서러움에 한참을 울었습니다.

층간소음으로 법적 도움을 받기 힘들다고 알고 있고, 경찰을 대동한다고 해도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 처지의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는 이사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우리나라 아파트 빌라 같은 공동주택은 외부 벽체가 모두 연결된 내력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느 한 층의 충격이 상하 5개 층까지 전달됩니다.

아래층에서 제기하는 소음원과 주요 시간대를 측정해보고 이 결과를 위층 거주자의 발생 소음원과 시간대와 비교해보기 바랍니다. 소음원과 시간대가 거의 유사하다면 아래층이 호소하는 소음이 바로 위층이 아니라 위층의 위층이라고 판단해도 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관리소를 통해 아래층에 전달하십시오. 그리고 소음피해가 있다면 언제든지 본인의 집을 방문하도록 한다면 현재의 어려운 층간소음 문제는 해소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이웃간의 감정이 더 상하기 전에 새로 이사왔다는 인사의 의미로 위층에게는 아이들 선물을, 아래층에는 과일이나 떡 등의 선물을 준비해 남편과 함께 방문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층간소음#위층#아래층#소음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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