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의사에게 최루액을 뿌렸다 체포된 30대 여성이 ‘몰래카메라 안경’을 쓰고 수사 중인 경찰과 구속영장실질심사 중인 판사 등을 촬영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지검 환경보건범죄전담부(부장검사 남계식)는 4일 전모 씨(30)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전 씨는 병원 의사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출동 경찰에게 난동을 부려 체포됐는데, 녹화녹음 장치가 부착된 ‘몰카 안경’을 쓰고 수사와 재판 과정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경에는 수사 중인 경찰의 대화, 유치장 내부, 구속영장실질심사 내용과 판사 얼굴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검찰에 따르면 전 씨는 지난달 13일 대구광역시 동구의 한 병원에서 자신이 요구한 약물을 처방해주지 않는 의사 얼굴에 호신용 가스총으로 최루액을 수차례 뿌렸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을 때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전 씨는 대구동부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대구지법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거쳐 특수폭행과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그 후 검찰이 교도관으로부터 전 씨의 영치품 중 수상한 안경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조사해보니 해당 안경이 카메라와 음성녹음 기능을 갖춘 몰래카메라였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이 안경을 임의 제출받아 포렌식해보니 200여 개의 녹화파일이 발견됐다. 해당 파일에는 경찰이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 수사할지 협의하는 대화 내용이 녹음돼있었고 전 씨 시각에서 본 유치장 내부 모습이 담겨있었다. 또한 구속영장실질심사 장면과 함께 영장담당판사와 법원 직원들의 얼굴도 찍혀있었다.
해당 안경은 안경테를 만지면 녹화가 시작되고 140분 가량 녹화가 가능한 배터리가 장착돼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검은 뿔테 안경으로만 보일 뿐 카메라 렌즈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에 불법촬영을 당한 경찰, 판사, 법원 직원 등도 얼굴과 대화가 몰래 촬영되는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 사건을 수사한 고신관 검사는 “구속 송치된 사건을 면밀히 수사해 불법 촬영 사실을 적발했고 영장전담판사 등 불법촬영 피해자들에게도 추후 사실을 고지했다”며 “향후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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