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진행 중인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다음 주까지 휴진을 연장할지를 20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서울대병원의 외래진료 및 수술 건수가 상당히 회복된 데다 내부에서도 “휴진 연장이 의미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와 ‘1주일 휴진’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대 교수 등이 의대 증원 절차를 중지해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서 서울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도 정부 손을 들어주면서 의사단체가 요구하는 ‘내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
● 외래진료-수술 건수 사흘 만에 대부분 회복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강남센터의 휴진을 다음 주에도 진행할지를 두고 논의 중이다. 교수들은 무기한 휴진 선언 직후 첫 주인 17∼21일 진료 예약을 연기한 바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다음 주(24∼28일) 예약을 연기하려면 20일 결정을 내리고 21일 일정 변경을 해야 한다”며 “20일 총회를 열고 휴진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한 휴진 첫날이었던 17일 25%가량 줄었던 서울대병원의 외래진료와 수술 건수도 18, 19일 상당수 회복됐다. 수술의 경우 18일 전날보다 12% 늘었으며 19일에도 10%가량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도 외래진료와 수술이 상당수 회복됐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19일 외래진료와 수술 건수는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 이후 평균 수준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사이에선 ‘일주일 이상의 휴진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말이 나온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휴진 첫날인 17일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까지 일정을 조정할 계획은 없다”며 이번 주까지만 휴진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비대위가 “일주일 휴진은 비대위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뒤집기도 했다.
내부에선 여전히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 취소 등 요구사항이 수용될 때까지 휴진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환자를 생각해서라도 이제는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대 의대의 한 교수는 “정부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결국 항복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 대법원도 정부 손 들어줘
서울대병원 외에는 연세대 의대 산하에 있는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방침을 밝힌 상태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다음 달 4일부터 일주일 동안 휴진에 돌입하되 이후는 정부 정책에 따라 휴진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이들 병원은 휴진에 들어가더라도 중증·응급 진료는 최대한 유지할 방침이다.
5대 대형병원 중 서울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내부적으로 무기한 휴진 여부를 논의 중이다. 서울성모병원 등 8개 성모병원이 속한 가톨릭대 의대 비대위는 20일 교수 총회를 열고 무기한 휴진 돌입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 등이 속한 성균관대 의대 비대위는 15일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했지만 아직 결론을 못 내렸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무기한 휴진은 교수들이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 결정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 등이 의대 증원 절차를 중지해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에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대생에게는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미칠 우려가 있다”며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결론을 재확인했다. 재판부는 또 “장래 의사가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있는 상황에서 증원 배정 집행이 정지될 경우 국민 보건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의대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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