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예약 환자와 통화했는데 말투가 어눌해요.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아요.”
세종특별자치시의 한 치과에 근무하던 치위생사 A 씨는 예약 시간이 됐는데도 환자 B 씨가 오질 않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어딘가 어눌한 말투에 이상하다는 낌새를 감지했고 바로 119에 신고했다.
신고접수 요원은 뇌졸중 전조증상을 의심했다. 그러나 B 씨의 위치가 불명확해 빠른 대응이 어려웠다. 하지만 B 씨의 이웃 주민과 의용소방대, 마을 이장 등에게 도움을 요청해, B 씨의 위치를 확인했고 그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해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소방청은 최근 ‘2024년 제5회 상황관리 우수사례 경연대회’를 개최한 결과, 상황 요원의 뛰어난 기지와 시민들의 공조로 위급 상황에 처한 뇌졸중 환자를 살린 세종소방본부가 장관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20일 밝혔다.
상황관리 우수사례 경연대회는 119 신고 접수 단계에서부터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한 우수 상황 관리 사례를 발굴·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시·도 소방본부별로 총 19건의 우수 사례가 제출됐으며, 상황 대응 시 침착성과 문제해결 능력, 유관 기관과의 협업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최우수상은 치위생사와 119 상황 요원이 공조해 급성 뇌혈관 질환자를 살린 세종소방본부가 차지했다. 통상 뇌졸중 환자의 골든타임은 3~5시간 이내로, 조치가 빠르면 빠를수록 신경학적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수상은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신고자의 핸드폰 위치정보를 조회해 구급대에 제공, 소중한 생명을 구한 부산소방본부와 경남소방본부가 받았다.
또 말없이 수화기만 ‘톡톡’ 두드리던 후두암 환자의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119필요 여부를 확인한 후 정확한 주소를 문자 메시지로 유도하는 등 위급상황을 파악해 대처한 경북소방본부 등 5개 본부가 장려상을 받았다.
소방청 119 종합상황실 자료에 따르면 119 신고는 연간 1100만 건으로, 이 중 약 20%는 ‘무응답’ 또는 ‘오접속’ 신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승두 소방청 119 종합상황실장은 “제한된 상황실 인력으로 모든 무응답과 오접속 전화에 일일이 대응하기는 어렵지만, 조금이라도 의심이 될 경우 끝까지 상황을 추적해 소중한 생명을 구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소방청은 “앞으로도 다양한 상황관리 사례를 발굴해 전국 119상황실 상황 근무자들에게 전파할 것”이라며 “유사사례에 신속하고 융통성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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