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반려견을 맡아 수년간 키웠더라도 최초 분양자가 소유권 포기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면 반려견 소유권은 최초 분양자에게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달 30일 A 씨가 아들의 전 여자친구를 상대로 ‘무단으로 데려간 반려견을 돌려달라’며 낸 유체동산인도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의 아들과 교제하던 B 씨는 2017년 8월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를 반려견으로 분양받았다. 하지만 B 씨는 분양 12일 만에 A 씨에게 20일 동안 맡기는 등 3년여간 수시로 반려견을 맡겼다. 2020년 8월 B 씨가 “이사를 하게 돼 반려동물을 키우기 곤란하다”고 하자 A 씨는 본격적으로 반려견을 맡아 키우게 됐다.
문제는 A 씨의 아들과 B 씨가 결별하면서 불거졌다. B 씨는 지난해 2월 A 씨가 집을 비운 사이 반려견을 데려갔고, A 씨는 B 씨가 무단으로 반려견을 탈취해 갔다며 소송을 냈다.
반려견에 대한 ‘기른 정’을 두고 1, 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반려동물은 보통의 물건과 달리 그 관리자와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바, 이를 권리관계에 고려해야한다”며 “B 씨가 A 씨에게 반려견을 돌려주라”고 판단했다. A 씨가 약 30개월간 반려견을 키우며 사육비용 대부분을 부담했고, 동물등록증 상의 소유자가 A 씨의 아들로 되어있는 점 등도 고려됐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행위나 의사표시에 대한 ‘해석’으로 증여 또는 권리 포기를 인정하려면 이때 해석은 엄격해야 한다”며 장기간 반려견을 맡기고 사육비를 내지 않은 것 만으론 B 씨가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 씨 역시 반려견을 보기 위해 A 씨의 집에 방문하고, 전 남자친구에게 사진을 전달받는 등 반려견의 상태를 수차례 살폈다는 점도 B 씨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동물등록에 대해서도 “동물 보호 및 유실·유기 방지 및 공중위생상의 위해방지 등을 위한 것일 뿐” 이라며 소유권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A 씨가 상고함에 따라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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