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반려견 수년간 키웠더라도 ‘기른 정’ 인정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0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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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코리아
다른 사람의 반려견을 맡아 수년간 키웠더라도 최초 분양자가 소유권 포기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면 반려견 소유권은 최초 분양자에게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달 30일 A 씨가 아들의 전 여자친구를 상대로 ‘무단으로 데려간 반려견을 돌려달라’며 낸 유체동산인도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의 아들과 교제하던 B 씨는 2017년 8월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를 반려견으로 분양받았다. 하지만 B 씨는 분양 12일 만에 A 씨에게 20일 동안 맡기는 등 3년여간 수시로 반려견을 맡겼다. 2020년 8월 B 씨가 “이사를 하게 돼 반려동물을 키우기 곤란하다”고 하자 A 씨는 본격적으로 반려견을 맡아 키우게 됐다.

문제는 A 씨의 아들과 B 씨가 결별하면서 불거졌다. B 씨는 지난해 2월 A 씨가 집을 비운 사이 반려견을 데려갔고, A 씨는 B 씨가 무단으로 반려견을 탈취해 갔다며 소송을 냈다.

반려견에 대한 ‘기른 정’을 두고 1, 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반려동물은 보통의 물건과 달리 그 관리자와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바, 이를 권리관계에 고려해야한다”며 “B 씨가 A 씨에게 반려견을 돌려주라”고 판단했다. A 씨가 약 30개월간 반려견을 키우며 사육비용 대부분을 부담했고, 동물등록증 상의 소유자가 A 씨의 아들로 되어있는 점 등도 고려됐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행위나 의사표시에 대한 ‘해석’으로 증여 또는 권리 포기를 인정하려면 이때 해석은 엄격해야 한다”며 장기간 반려견을 맡기고 사육비를 내지 않은 것 만으론 B 씨가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 씨 역시 반려견을 보기 위해 A 씨의 집에 방문하고, 전 남자친구에게 사진을 전달받는 등 반려견의 상태를 수차례 살폈다는 점도 B 씨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동물등록에 대해서도 “동물 보호 및 유실·유기 방지 및 공중위생상의 위해방지 등을 위한 것일 뿐” 이라며 소유권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A 씨가 상고함에 따라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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