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제외’ 외국인 가사도우미 온다…‘실효성’ 논란에 우회로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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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6월 20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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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학생·배우자에 돌봄 취업 허용키로…민간 중개도 검토
가사 사용인으로 도입…법적으로 최저임금·근기법 적용 안돼
노동계 "가사근로자법 제정 취지 역행…하반기 법 개정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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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저출생고령화 국면에서 돌봄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외국인력을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오는 9월 서울 지역에 시범적으로 배치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규모를 내년에는 대폭 확대하는 데 이어, 추가로 도입될 외국인력에는 ‘최저임금 적용 예외’를 두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20일 저출산고령사회대책위원회(저고위)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하반기 서울 지역에 100명 규모로 도입될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조속히 시행하고, 성과 평가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에 규모를 1200명으로 늘려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D-2 비자), 외국인근로자의 배우자(F-3) 등에 가사돌봄서비스 취업을 허용할 예정이다. 우선 5000명 규모로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민간기관이 해외의 사용 가능한 ‘가사 사용인’을 합리적 비용으로 도입·중개·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 방안도 검토한다.

◆가사 사용인은 최저임금 적용 예외…정부, ‘실효성 논란’ 우회로 택했나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가사 사용인’이라는 단어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동거하는 친족 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가사 사용인에 대해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가사도우미들은 최저임금은 물론 고용·산재보험 등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당초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도입이 가시화 될 때도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 협약 위반이라는 점이었다. ILO 협약 111호는 내·외국인, 성별, 종교 등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차별을 두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고용부는 이들을 고용허가제(E-9) 인력으로 도입하고 고용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 인증기관에 소속돼 각 가정으로 출퇴근하는 방식을 택했다. 주 최소 30시간의 근로시간이 보장되며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이 조건에 맞춰보면, 올해 최저임금 9860원을 적용할 때 최소 월 154만원가량의 급여를 받게 된다. 만일 주 40시간 일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약 206만원을 받게 된다.

이를 두고 평범한 수입 수준의 가정들이 선뜻 이용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4월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현재 내국인 가사도우미와 간병인들의 임금수준은 부부들이 감당하기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라며, “국내 거주 중인 16만3000명의 외국인 유학생들과 3만9000명의 결혼이민자 가족분들이 가사와 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이번 정책 발표에서 외국인 돌봄인력을 ‘가사 사용인’으로 지칭한 것은 이러한 실효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사 사용인은 우리 법상 최저임금 적용 대상도, 근로자도 아니다”라며 “ILO 협약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협약 위반 소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동계 “가사근로자법 제정 취지 역행”…하반기 법 개정 돌입

양대노총 등 노동계는 대책 발표 직후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종사자의 근무환경 문제, 돌봄 노동시간의 불규칙성과 이에 따른 임금 수준 등 고려해야 될 요소가 많은데도 정부정책은 수요자 중심의 ‘비용’ 문제 해결로만 접근하고 있다”며 “외국인력을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고, 가사돌봄 분야에 취업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가뜩이나 열악한 돌봄 부문 일자리를 더욱 나쁜 일자리로 만드는 한편, 서비스 질도 저하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역시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며 돌봄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모순된 정책으로 무엇을 해결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당장 근로자들도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은 2022년 시행됐다. 그동안 최저임금은 물론 각종 사회보험제도의 혜택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는데, 이 법에는 가사근로자를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 관계 법령 적용이 제외되는 가사 사용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이 담겨있다. 이를 통해 근로조건이 상당부분 나아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고용부도 직업에 대한 존중을 높이기 위해 가사도우미 혹은 가사근로자라는 호칭 대신 가사관리사로 불러달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최영미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노동자 보호와 서비스 품질에 애매한 문제가 있어 가사근로자법을 제정하고 가사 사용인을 줄이는 추세인데 외국인력을 가사 사용인으로 사용하겠다니 말이 되는 소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이 직업소개소를 활용하는 경우, 직업소개소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는데 이런 대책도 없이 그냥 발표한 게 문제”라고 했다.

특히 이들은 ILO가 7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112회 총회에서 ‘양질의 일자리와 돌봄 경제’ 보고서를 의결한 점을 들어 국제 사회와도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모든 회원국들이 돌봄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인정, 강제노동과 아동노동의 폐지, 고용 및 직업에 대한 차별 철폐,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 환경 등 기본 원칙과 권리를 존중하고 증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계는 올 하반기에 야당과 함께 가사 사용인에게 최저임금 등 조건을 제외하는 내용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11조 개정과 ILO 제189호 협약인 ‘가사근로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 비준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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