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등 중부 지방 장마가 7월까지 밀릴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를 둘러싼 저기압과 고기압의 세력 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올여름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다가 ‘물폭탄’ 형태 장맛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장마의 양태가 바뀌는 것이다.
23일 기상청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중기 예보상 서울 등 수도권에는 장맛비 소식이 없다.
22일엔 수도권 남부에도 적지 않은 비가 내렸다. 21일 오후부터 22일 오후 4시까지 평택 80㎜를 비롯해 용인(처인역삼) 75.5㎜, 화성(향남) 74.0㎜ 등이다. 서울에는 15.9㎜의 비가 내렸다.
다만 이 비는 장마가 아니다. 기상청 예보국은 “21~23일 내리는 비는 저기압성 강우로, 장맛비는 아니다”며 “말일인 일요일, 30일 이후에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다음 주말 저기압성 강우가 29~30일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권 80% 확률로 내린다고 내다봤다.
30일 이후인 7월 초에나 장마가 시작하면 제주·남부와 중부 사이 장마 시작이 10일가량 벌어진다.
통상 장마 시작과 비교하면 3~4일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평년(1990~2020년 평균) 제주의 장마는 6월 19일, 남부와 중부는 각각 23일, 25일에 시작했다.
중부 지방의 장마가 늦어지는 것은 한반도 북쪽의 저기압이 정체전선 북상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저기압 영향으로 장마 전 폭염이 깊었다. 경주 37.7도, 정읍 37.5도 대전 36.1도 등 곳곳에서 역대 6월 최고기온 기록이 깨진 이유다.
올여름에는 이런 힘겨루기가 장마철 동안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비가 내리다가, 그친 뒤 곧바로 폭염이 찾아오는 최근 경향이 더 깊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체감온도가 높은 무더운 날씨가 더 자주 찾아오며, 1994년과 2018년 극악한 수준의 폭염이 올해 여름철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기상청과 학계 등에서 나오고 있다.
장맛비 내리는 구역도 좁은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 정체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대신 전선에 동반한 저기압이 지형 효과 등에 힘입어 극히 좁은 지역에 많은 비를 강하게 쏟는 것이다.
조선시대부터 써오던 ‘장마’이라는 표현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마는 여름철 정체전선이 일정 기간 머물며 내리는 비를 말하기 때문에 여름 장마철이 끝난 뒤 전선이 생성돼 오르내리는 속칭 ‘가을장마’까지 포함하는 ‘우기’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여름철 장마는 ‘1차 우기’, 장마철이 끝난 뒤 전선형 비는 ‘2차 우기’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정용승 고려대 기환경연구소장은 “장마철의 강수 지속 기간이 변하고 있고, 소나기와 국지적 폭우가 잦아지고 있어 장마라는 용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은철 공주대 교수(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장)는 “장마가 종료된 뒤 소나기나 국지성 강수가 집중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만큼 최근 여름철 강수 발생 과정과 특징들이 전통적인 장마의 특성과 부합하는지 추가 연구를 통해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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