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사회생활을 하지 못했지만 ‘경력단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엄마’로서의 경력을 살리면 되더라고요.”
워킹맘 박모 씨(45)는 지난해 9월 육아 정보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 회사의 경영지원 직무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개인용 디지털 단말기(PDA) 제조회사에서 해외영업을 하다 2008년 임신으로 퇴직하고 15년간 육아에 전념하다 다시 얻은 일자리였다.
박 씨는 “육아 정보 앱 회사인 만큼 육아와 살림에 전념한 시간이 오히려 좋게 평가받았던 것 같다”며 “‘엄마’로서의 경력을 살릴 수 있게 도와준 ‘우먼업 프로젝트’는 사회와 나를 다시 이어준 끈”이라고 말했다.
● 우먼업 프로젝트로 재취업 성공
박 씨가 참여한 ‘우먼업 프로젝트’는 한창 일할 나이에 경제활동이 중단된 여성의 재취업과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운영 중인 구직지원금·인턴십 연계 프로그램이다. 박 씨는 재취업을 위해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다 우먼업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구직지원금을 받고, 기업과 매칭돼 3개월 인턴십 프로그램을 거쳐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다시 일하기를 원했던 첫 번째 이유는 경제적 이유가 아니었다”며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점차 사회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먼업 프로젝트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일을 쉬었던 터라 걱정이 큰 상황에서 ‘꼭 (재취업을) 해야겠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라며 “서울시가 소개해 준 ‘취업이음 지원관’과 상담하며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용기가 났다”고 말했다.
시가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박 씨와 같이 결혼·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은 139만7000명에 달한다. 서울시에선 15∼54세 기혼여성 130만여 명 중 약 13.6%가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유모 씨(43)도 2020년 4월 직장을 갑작스레 그만둬야 했다. 당시 딸이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며 자녀 돌봄에 문제가 생겼던 것. 유 씨는 “아이를 위해 직장을 그만뒀지만, 때때로 무력감을 느꼈고 빨리 다시 직장을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꾸준히 구직활동을 하게끔 돕는 우먼업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구직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5년 차 디자이너인 박모 씨(43)도 우먼업 인턴십을 통해 지난해 한 정보기술(IT) 회사에 취업했다. 박 씨는 “재취업을 알아봤으나 경력이 많아도 나이, 기혼, 육아가 채용에 걸림돌이 됐다”라며 “인턴십에 참가하면서 일단 취업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회사와 연결해 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 올해도 2500명에게 구직지원금 지원
시에 따르면 지난해 우먼업 프로젝트를 통해 2700여 명의 여성이 지원을 받았고, 그중 약 35%인 942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시는 올해도 2500명에게 구직지원금을 지원하고, 취업역량을 갖춘 110명에게 최대 3개월간의 인턴십을 제공해 취업 연계를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는 ‘맞춤형 구직활동 서비스’도 새로 지원한다. 구직지원금을 신청한 후 서울시 여성인력개발기관에 등록하면 우먼업 상담사와 일대일 상담을 통해 경력지원 계획을 수립한 뒤 경력단절 기간, 경력 조건, 전직 희망 여부 등 특성에 따라 맞춤형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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