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세앱에 127명 명단 공개
4억대 안 돌려준 26세 최연소
“공개기준 너무 까다로워” 지적도
이모 씨(26·경기 안산시)는 지난해 8월 임차보증금 4억8300만 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 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다 안전한 전세계약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 중인 애플리케이션(앱) ‘안심전세앱’에 공개된 최연소 ‘악성 임대인’이다.
손모 씨(32·강원 원주시)의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는 707억 원에 이른다. 안심전세앱에 등재된 이들 중 떼어먹은 보증금 규모가 가장 크다. 김모 씨(30·경기 남양주시)가 돌려주지 않은 임차보증금 규모도 79억7540만 원이나 된다.
임차인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악성 임대인 명단에 오른 이들의 약 30%가 20,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만 놓고 보면 청년층 비중이 높은 전세사기 피해자 중 상당수가 같은 청년층에 의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명단 공개 대상자 중에는 의도적인 전세사기범도 있겠지만 무리한 갭투자에 나섰다 실패한 사례도 다수 포함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안심전세앱에 공개된 악성 임대인 명단에 따르면 127명 중 50대가 33명(25.9%)으로 가장 많았다. 30대가 30명(23.6%)으로 두 번째였다. 20대가 6명(4.7%)으로 20, 30대는 전체의 28.3%를 차지했다. 악성 임대인들의 평균 연령은 49세, 미반환 보증금은 평균 18억9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거주지는 수도권이 100명(78.7%)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청년층 비중이 높은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 갭투자에 나선 청년층이 꽤 많다”며 “아파트와 달리 빌라나 다세대주택은 전셋값이 떨어지거나 새 계약자를 찾지 못하자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내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부모들이 절세 차원에서 일찍 부동산을 증여하는 경우가 최근 많아지고 있다”면서 “20, 30대 중 악성 임대인들이 많이 포함된 배경일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전세사기 방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들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임대인의 이름,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 채무 불이행 기간 등을 알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공개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작년 9월 말 이후 발생한 전세사기만 대상으로 한다. HUG는 또 최근 3년간 2번 이상 피해자들에게 먼저 보증금을 돌려주고 구상권을 청구했거나, 총채무액이 2억 원 이상이어야 명단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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