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접대 건넨 브로커는 증인 신문서 대체로 시인
경찰 법률대리인, 브로커 진술 번복 놓고 집중질문
일부 무혐의·불구속 수사 적절했나 놓고 공방 치열
가상자산(코인) 사기 사건 수사 편의 제공 등의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금품·향응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경정급 경찰관의 재판에서 진실 공방이 펼쳐졌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 부장판사)는 24일 301호 법정에서 각기 부정처사 후 수뢰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A(60) 경정과 사건 브로커 성모(62)씨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을 열었다.
A경정은 광산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일하던 2020년 11월 수사 중이던 가상자산 투자 사기 혐의를 받던 탁모(45)씨의 사건을 일부를 무마 또는 축소하거나 수사 상황을 알려준 뒤 브로커 성씨에게 대가성 현금 600만원과 40만원 상당 골프·식사 향응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사기범 탁씨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은 성씨가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줘 대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A경정에게 부탁했고, 이에 A경정이 탁씨 사건 중 어떻게 증언해야 할 지 일러주거나 일부는 ‘혐의 없음’ 종결 처분될 것이라 귀띔해줬다고 봤다.
이날 재판에는 브로커 성씨와 당시 수사 담당 경찰관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검사는 브로커 성씨에게 현금 전달 의도와 경위, A경정이 해당 사건 처리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줬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앞선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시인한 브로커 성씨는 “A경정에게 현금 600만원을 편지 봉투에 담아 차량 조수석에 던지듯 건넸다. 다른 경찰관들과 함께 식사·골프 향응을 제공했다. 탁씨의 수사 관련 조력을 받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반면 A경정의 법률대리인은 “검찰 수사 과정에 A경정에게 준 현금 액수와 전달 시점·경위에 대한 진술을 바꾸지 않았느냐”, “A경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언을 했는지 기억하고 있느냐” 등을 물으며 브로커 성씨의 진술 신빙성을 따졌다.
수사 담당 경찰관에 대한 증인 신문에서도 검사와 A경정 법률대리인은 탁씨에 대해 일부 무혐의 처분한 수사 결과 등에 대해 사실 관계를 다퉜다.
증인으로 나온 수사 담당 경찰관은 “당시 수사와 관련해 A경정이 따로 지시하지 않았다. 수사에 외압이 작용한 바도 없다. 탁씨에 대한 조사가 지연된 것은 피고소인 요청에 따랐을 뿐이다. 탁씨에 대한 사기 혐의는 인정된다고 봐 공정하게 수사한 것”이라고 답했다.
누범기간이었던 탁씨에 대해 구속영장 왜 신청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선배 수사관들의 조언이나 지시가 없어 단순히 검토하지 않았을 뿐, 불구속 수사에 대한 종용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A경정의 법률 대리인은 “해당 사건을 6개월여 보강 수사한 검찰도 불구속 기소했다”며 검사 신문 취지를 반박했다.
A경정 측은 첫 재판 이래 줄곧 “수사와 관련해 부정한 행위를 한 바 없다.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 골프를 함께 친 것은 맞지만 부정처사(행위)와 인과관계는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A경정과 브로커 성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4일 열린다. 다음 재판에는 사기 사건 당사자인 탁씨와 수사 무마 청탁에 연루된 탁씨의 동생, 또 다른 브로커 등 3명이 증인으로 출석, 신문을 이어간다.
이 사건과 별개로 브로커 성씨는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가상화폐 사기범 탁씨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수사 무마 또는 편의 제공 명목으로 승용차와 17억42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성씨는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에 추징금 17억130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성씨는 골프와 식사 접대를 하면서 검·경·지자체 공직자들과 친분을 쌓은 뒤 각종 청탁을 해왔다. 전방위 수사를 벌인 검찰은 브로커 성씨의 경찰 인사·검경 수사 무마 비위에 연루된 전·현직 검경 관계자와 또 다른 브로커 등 18명을 기소했다. 이들에 대한 1심에서는 잇따라 유죄 선고가 내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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