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근무 부서 쫓겨나” VS “정기인사일 뿐”
지노위-중노위 엇갈린 판단, “민사소송 할 것”
“육아휴직과 육아기 단축근무 제도를 이용한 것뿐인데 15년 동안 근무했던 부서에서 밀려났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산하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서 17년째 근무 중인 송모 씨(43)는 24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부인과 맞벌이를 하며 세 자녀를 양육 중인 송 씨는 2022년 5월 셋째가 태어난 뒤 일과 육아 병행에 어려움을 느끼고 2022년 10월부터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소속 부서 남성 직원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첫 사례였다.
복귀한 그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까지 사용하자 해당 공기업은 지난해 12월 송 씨를 다른 지점으로 전보 조치했다. 송 씨는 “입사 후 대부분을 딜러의 부정행위를 감시하는 부서에서 일했는데 거꾸로 감시당하는 부서로 옮긴 것”이라며 “자신들을 감시 감독하던 사람이 온 것을 달가워하겠냐”고 말했다. 송 씨의 항의에 회사는 그를 올 1월 원래 있던 지점으로 복귀시켰으나 변경된 업무는 그대로였다.
결국 송 씨는 올 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했다. 사측은 “부서 선호도가 일정하지 않고 업무 환경에 차이가 있어 순환보직제를 시행 중”이라며 “송 씨 외에도 2023년 하반기(7∼12월) 비슷한 전보 인사가 2명 더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지노위는 “감시 부서에서 딜러 업무로의 전보는 2023년 상반기까지 최근 8년간 전무했다. 일반적인 인사 관행이 아니다”라며 송 씨의 손을 들어줬다. GKL측은 “정기 인사일 뿐이며 급여나 복지 수준은 동일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다.
중노위는 8월 1일 송씨의 전보 조치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단한 서울 지노위의 판정을 취소하고 GKL의 재심 신청을 인정했다. 중노위 측은 “송씨에 대한 GKL의 전보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송 씨의 임금이나 근무 장소가 이 사건 전보로 인해 변경된 바 없어 불이이익 있다고 볼 수 없다. GKL은 영업직이 70% 이상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송 씨에게 과거 영업직 경력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전보 조치가 불이익한 인사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송 씨는 이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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