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27일부터 진행하겠다고 밝혔던 ‘무기한 휴진’ 계획을 철회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일주일 만에 중단하는 등 동력이 떨어지면서 의대 교수, 동네병원 개원의 등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자 내린 결정이다. 의사단체 내부에서도 “장외 투쟁을 고집하기보다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실익을 챙겨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의협 “29일 특위 결정 따라 투쟁”
의협은 24일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27일부터 진행될 연세대 의대 교수들의 휴진 결정을 지지하고 존중한다”며 “이후 투쟁은 29일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2차 회의 결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직역 의사들이 각자 준비를 마치는 대로 휴진 투쟁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휴진의 불씨는 남겨놨지만 임현택 의협 회장이 18일 총궐기대회 폐회사에서 밝힌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방침은 엿새 만에 철회한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18일 같은 전면 휴진을 당장 (무기한으로) 진행하는 건 어렵다고 내부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의협의 이 같은 결정에는 악화된 여론과 내부 반발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차료와 인건비 부담이 큰 동네병원 개원의들은 하루만 휴진해도 상당한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또 지역 온라인 카페에서 휴진 병원 명단이 공유되며 보이콧 움직임까지 생기는 것에 부담을 느낀 개원의들도 적지 않다. 의대 교수들도 “예약 진료 조정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휴진에 난색을 표했다. 경찰도 대규모 리베이트 조사 등으로 의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이비인후과 개원의는 “18일 휴진 당시 동네병원 동참률이 14.9%로 2020년 첫날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의협 지도부의 전략을 불신하는 회원들이 많아졌다. 다시 휴진할 경우 동참률은 첫날의 절반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의협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론의 비판을 감안한 듯 “국민께서 겪는 불편과 불안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몸을 낮추기도 했다.
● 전공의 내부서도 “특위 참여해 목소리 내야”
정부와 환자단체는 휴진 철회 결정을 환영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들은 이제 정부와 마주 앉아 의료 발전을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집단 휴진으로는 국민도 정부도 설득할 수 없다. 의료개혁특위 등 정부와의 대화 창구에서 필요한 것을 요구해 달라”고 말했다. 대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의정 협상이 본격화되기에는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 내년도 증원 재논의, 미복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처분 등을 놓고 견해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의협은 18일 집단 휴진에 참여한 의사들을 경찰이 조사하는 걸 두고 24일 “양아치 같은 행태를 중단하라”고도 했다.
한편 전공의 내부에선 서울대 교수들에 이어 의협까지 휴진을 철회한 것에 실망하며 “이제 우리끼리 뭉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내부 동의도 없이 휴진을 불쑥 꺼냈다가 철회하는 과정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전공의 단체 일각에선 2020년 의정 합의에 배제됐던 것을 감안해 이제라도 올특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의협 기획이사를 맡은 강동성심병원 사직 전공의 임진수 씨는 의협 몫으로 올특위에 참여해 간사를 맡았다. 임 씨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향해 “의료계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올특위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방안을 논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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