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문자 텔레그램’ 3주 잠입취재
일반 투자자 입금후 바람잡이 잠적
허위문자 10만건에 벌금 1000만원
전문가 “규정 바꿔 처벌 강화해야”
“(수익률) 700% 계획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10일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의 한 대화방에서 자칭 ‘관리자’가 주식 투자를 유도하며 이런 메시지를 띄웠다. 이어서 다른 회원들이 ‘송금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송금액이 ‘3억 원’으로 찍힌 입금증을 대화방에 띄웠다. “150억 원의 현금 보상을 제공한다”며 투자자를 모은 한 주식 투자 리딩방의 모습이다.
최근 제도의 사각지대 속 스팸 문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 속에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달 초부터 이러한 스팸 문자를 통해 텔레그램 리딩방에 3주 동안 잠입해 실태를 직접 확인했다. 계기는 7일 기자에게 날아온 문자 메시지였다. “특별 수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예상 수익은 700%에 달한다”라는 메시지에 대화방 링크가 첨부돼 있었다. 기자가 링크를 타고 일반 투자자 방에 진입하자 사흘 뒤 ‘VIP방’에 초대됐다.
VIP방에선 ‘한 교수’라는 대화명을 지닌 한 인물이 ‘종목 정보’라며 투자 유도 글을 올리고 있었다. 주로 초보적인 수준의 투자 지식에 유망해 보이는 사업을 버무린 내용이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감사합니다 교수님” “오늘 시장도 복잡한데 교수님 계셔서 안심”이라며 ‘한 교수’라는 인물을 추종했다. 현금 수억 원을 입금했다는 출처가 불명확한 인증 메시지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그런데 약 2주가 지나자 점점 ‘탈퇴한 계정’이 늘기 시작하며 바람잡이 역할을 하던 이들은 사라졌다. 소수의 일반 투자자는 “너무 많이 입금시키는 것 아니냐” “왜 연락을 받지 않냐”며 걱정을 쏟기 시작했다. 업체 측이 소개한 사명과 로고는 설명과 무관한 미국의 한 회사의 것이었다.
최근 주식 리딩방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딩방으로 투자자를 유도하는 주요 수단은 스팸 문자다. 하지만 24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해 지난해 8월 24일부터 일주일간 허위 대출 문자 총 9만9472건을 발송한 혐의를 받는 A 씨(49)에게 이달 12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국회 의결예산으로 시행되는 생계 지원자금 혜택 대상’이라는 허위 문자를 대량으로 발송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스팸 문자 발송만으로는 구체적인 피해액 측정이 어려워 처벌 수위가 약하다”라며 “처벌보다 수익이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관련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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