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열차 탑승에도 휴대전화 주시 눈총
민원인 “임산부 카드 태그한 후 착석” 제안
서울시 “일반인 앉아도 끌어낼 근거 없어”
부산·광주·대전 전철, 양보 유도 장치 설치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과 관련한 양보 논란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임산부 배려석에 임산부 여부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하자는 시민의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끈다. 다만, 서울시는 자칫 갈등이 더 유발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
25일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공사)에 따르면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서울 지하철 내 민원은 실제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접수된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은 2022년 7334건, 지난해 7086건으로 한 해 7000건을 넘었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까지 2421건이 접수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시 정책 제안 사이트 ‘상상대로 서울’에는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모씨는 지난 5일 올린 글에서 “임산부 배려 정책의 일환으로 임산부 지정석 제도가 시행된 이래 임산부가 아님에도 임산부석을 이용하는 일반승객으로 인해 본래의 취지가 몰각되고 이에 따라 임산부석 제도가 형해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임산부석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일반좌석으로부터의 배려를 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임산부석에 착석 여부를 감지할 수 있는 감지기(센서)를 부착하고 임산부석 좌우 측면에 카드 태그 인식기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임산부들은 보건소 등으로부터 임산부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는데, 이 카드 없는 착석이 감지되면 ‘삐’ 소리와 함께 ‘임산부 카드를 태그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음성이 나오며 불빛까지 깜빡이게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 같은 장치를 당장 설치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당 장치를 설치하더라도 임산부가 아닌 일반인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는 것을 강제로 제지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임산부 배려석은 노약자 보호석과 같은 성격이기 때문에, 노약자 보호석에 앉은 일반인을 내쫓을 수 없듯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일반인 역시 강제로 끌어낼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아울러 임산부가 아닌 사람이 앉았을 때 불빛이 반복적으로 켜지고 경고음이 날 경우 다른 승객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해당 승객이 양보를 거부하며 버틸 경우 수분에서 수십분 간 불빛과 경고음이 반복돼 열차 내 갈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용 역시 문제다. 타 지역보다 규모가 큰 서울지하철 특성상 임산부 배려석에 해당 장치를 모두 설치할 경우 큰 비용이 발생한다. 송신기와 수신기의 고장과 파손으로 인해 거액의 유지보수비가 들 가능성도 있다.
서울교통공사 역시 난색을 표했다.
공사는 “인위적 장치 도입을 검토한 바 있지만 장치 설치 시 교통약자 배려석 형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착석 대상을 강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성별 갈등이나 세대별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설치비 46억원과 유지보수비 연 2억원을 고려할 때 공사는 임산부 배려석 캠페인을 통해 시민 인식이 개선되도록 꾸준히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재난 수준의 저출생 상황에서는 서울시가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타 광역자치단체는 이미 임산부 배려석과 관련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부산시는 도시철도에 임산부 배려석 알림 장치인 ‘핑크라이트’를 도입했다. 핑크라이트는 무선발신기를 소지한 임산부가 지하철에 탑승하면 차량 내 임산부배려석 수신기에 불이 켜지는 장치다.
광주시는 임산부 배려석 위에 적외선 센서를 설치해 승객이 임산부 배려석에 착석하면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셨습니다. 임산부가 아니라면 임산부를 위해 자리를 비워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음성이 나오게 했다. 대전시도 부산 핑크라이트와 유사한 장치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임산부 배려석과 관련해 새로운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시가 입장을 바꿔 임산부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서울시가 올해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에 예산 1조7775억원을 투입하는 점을 감안할 때 임산부 배려석 관련 장치 설치 비용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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