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화성시청 로비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유족들의 비통한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오전 8시 반쯤 중년 여성 A 씨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분향소에 들어섰다. A 씨는 국화꽃 한 송이를 올려두고 난 뒤 “이제 스물여섯 살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오열했다. A 씨는 지난 24일 화재로 숨진 23명의 희생자 중 한 명의 유족이다.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동안에도 A 씨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내내 흐느꼈다. 옆에 있던 남성 유가족이 A 씨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위로를 건넸다. 남성의 눈도 이미 퉁퉁 부은 채 초점을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출근길에 분향소를 찾은 중국 교포도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18분쯤 옷, 신발, 가방까지 모두 검은 색 차림으로 분향소를 찾은 중국인 여성 이 모 씨는 “한국에 온 지 십여 년이 됐고, 주변에도 일용직으로 일하는 분들이 많다”며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검은 마스크 위로 보이는 이 씨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이날 A 씨에 이어 두 번째로 분향소를 찾은 김한중 씨(55)도 어두운 표정으로 분향소에 들어섰다. 서울 강남에서 화성으로 통근하는 김 씨는 출근길에 분향소를 찾았다고 했다. 김 씨는 선글라스를 벗고 영정사진 없는 단상 앞에서 묵념을 마쳤다. 이후 눈가를 매만지며 다시 출근길에 올랐다.
김 씨는 “오랜 세월 한국에 자리를 잡고 일하는 친척이 있어서 남 일 같지 않다”며 “그냥 다 버리고 도망가시지, 불에 저항하다가 돌아가셨는지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로 총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한국인으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3명, 다른 외국인 노동자 등의 정확한 신원은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은 인력업체 등을 통해 확보한 공장 근로자 명단을 기반으로 희생자 국적을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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