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재업체, 외국인 ‘불법파견’ 의혹 증폭… 인력공급업체 “안전교육 한번도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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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리튬전지 공장 참사]
인력 도급계약서 작성도 안해
고용부, 공장 전체 작업중지 명령
아리셀 “全근로자에 안전교육” 반박

참사 대책위, 진상 규명 촉구 26일 오전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칭)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가운데)이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사상자 31명이 발생한 이번 화재 사고에 대해 
“위험의 이주화(외국인 근로자 고용)로 인한 참사”라고 규탄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다. 화성=뉴시스
참사 대책위, 진상 규명 촉구 26일 오전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칭)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가운데)이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사상자 31명이 발생한 이번 화재 사고에 대해 “위험의 이주화(외국인 근로자 고용)로 인한 참사”라고 규탄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다. 화성=뉴시스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과거 이곳에 인력을 공급했던 업체 대표가 “안전교육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아리셀이 적법한 인력 도급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도 고용노동부 조사로 드러났다. 고용부는 이처럼 부실한 외국인 근로자 인력 관리 행태가 안전교육 등에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 중이다.

인력업체 한신다이아 관계자는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리셀에 보낸 외국인 근로자는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신다이아는 올 4월까지 아리셀에 외국 인력을 도급 형태로 공급해 온 업체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 올린 광고를 보고 (외국인 근로자가) 여권과 계좌번호를 보내면 (도급 업체는) 통근버스를 어디서 탈지 안내했다”라며 “안전 교육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아리셀 측은 모든 근로자에 대해 안전 교육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적법한 도급이었다’는 아리셀 측 주장과 달리 사실상 파견이었다고 주장했다. 도급 업체는 반드시 현장에 사무실이 있어야 하는데, 이조차 어기고 아리셀 측에 월세를 낸 것처럼 꾸몄다는 것.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선 파견 근로가 금지돼 있다.

고용부 등에 따르면 아리셀은 올 5월부터 인력업체 메이셀로부터 외국 인력을 공급받았다. 하지만 고용부는 아리셀과 메이셀 사이에 도급 계약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두 업체가 구두 계약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이셀은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구인 사이트에 이달 19일까지도 채용 글을 올려 아리셀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했는데, ‘단순업무’ ‘면접 없음’ ‘바로 출근 가능’ 등 문구를 강조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불법 파견에서 흔히 보이는 행태로 보인다”며 “불법 파견에선 통상 안전교육이 미비한데, 언어가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 교육은)는 더 허술하다”고 말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본부장은 “고용주가 있으면 그나마 안전교육이 실시된다”며 “반면 파견업체에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 안전교육 의무 주체가 불분명한 상황이 많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리셀과 같은 제조업 분야의 파견 외국인 근로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에 따르면 국내 유료 직업소개사업소(인력사무소)는 2019년 1만3332개에서 올 5월 1만5893개로 19.2% 늘었다. 올 1분기 제조업 분야 종사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만9670명으로,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겼다. 고용부는 26일 오전 9시부터 아리셀 공장 전체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또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전지 제조업 사업장 500여 곳에 리튬 취급 안전 수칙 자체 점검표를 토대로 긴급 자체 점검을 시행하도록 했다.


화성=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아리셀#외국인#불법파견 의혹#인력공급업체#안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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