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7시 35분경 제주시 연동 신광로 일대. 제주경찰청 소속 경찰관 11명이 경광봉을 들고 무단횡단 등 기초질서 위반 행위를 단속하고 있었다. 이 지역은 쇼핑가가 밀집된 누웨마루 거리와 면세점, 호텔 등이 몰려있어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약 470m 구간에 설치된 횡단보도는 11개다.
경찰은 인원을 2개 조로 나눈 뒤 왕복 4차선 도로 사이에 배치했는데, 중국인 남녀 2명은 경찰 앞에서 보란 듯이 차도를 건넜다. 경찰은 곧바로 통역과 함께 해당 남녀에게 범칙금 2만 원을 부과했다. 이 남녀는 “중국에서는 공안 앞에서 무단횡단을 해도 범칙금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무단횡단에 적발돼 눈물을 흘리는 중국인 관광객도 있었다. 이 관광객은 “왜 중국인만 단속하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내국인도 단속에 적발됐다. 이날 한 60대 여성이 눈치를 살피더니 종종걸음으로 도로를 가로지르다 경찰에 적발돼 범칙금을 냈다.
오후 7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단속을 벌인 경찰은 중국인 5명과 내국인 4명 등 총 9명을 적발했다. 적발 유형은 무단횡단이 6건, 쓰레기 투기 1건, 안전모 미착용(이륜차) 1건, 차량 중앙선 침범 1건 등이었다.
이번 단속은 최근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무단횡단, 쓰레기 투기 등 무질서 행위까지 덩달아 늘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뤄졌다. 특히 지난 17일 오후 9시 20분경 제주시 연동 삼무공원 사거리에서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자녀에게 대변을 보게 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이러한 지적에 기름을 부었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1일까지 제주에서 적발된 무단횡단 건수 353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248건이 외국인이었다. 또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제주에서 경범죄(노상 방뇨, 쓰레기 투기 등)로 처벌받은 외국인은 264명에 달했다.
26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668만821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48만1782명보다 20만 명 이상 늘었다. 이 중 외국인 관광객은 88만3450명으로 전년 동기 20만3739명에 비해 4배 이상 급증했다.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 비율은 80%가 넘는다.
제주경찰 관계자는 “적발된 외국인과 대화를 해보면 의도된 행위가 아닌 문화적 차이로 인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 적발 내용에 수긍하는 편이고, 범칙금도 잘 납부한다”며 “앞으로도 외국인 무질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총영사관과 여행업계, 숙박업소 등을 대상으로 기초질서 준수를 당부하는 전단지를 배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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