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A 씨(50·여)는 “어머니가 심장판막 부정맥 때문에 치료받고 계시는데 열흘 전쯤 오늘 예약된 진료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A 씨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아무래도 어머니가 80대 고령이라 빨리 치료를 받으셔야 마음이 편한데 (취소돼서) 불만”이라며 “다시 예약을 잡아주긴 했는데 그게 보름 뒤”라고 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이날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혹여 진료가 뒤로 밀릴까 봐 노심초사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진료가 취소된 환자들은 답답한 마음을 끌어안고 병원을 나서야 했다.
뇌종양이 있는 30대 아들의 보호자로 온 김 모 씨(71·여)는 “(아들이) 뇌에 물혹이 생겼는데, 물혹만 제거하는 게 아니고 종양도 같이 제거해야 한다더라”며 “20일 전에 수술 날짜가 잡혔는데 뉴스에 오늘부터 병원이 휴진한다고 해서 수술이 취소될까 봐 엄청 불안했다. 다행히 연락이 와서 입원을 정상적으로 하게 됐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위암으로 1년에 한 번씩 진료받으러 온다는 한 모 씨(54)는 떨리는 목소리로 “어제저녁에 정상 진료가 된다고 연락이 와서 부랴부랴 창원에서 올라왔다”며 “휴진한다는 소식 듣고 지난주에만 전화를 2~3번 했다. 직장에 연차도 내야 하고 지방에서 오니까 숙소도 잡아야 하고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은데 (휴진할까 봐)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만성간염을 앓고 있는 70대 여성 환자 B 씨는 “나는 급한 환자는 아니지만 6개월마다 병원 와서 정기검진을 받으니까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이 크다”며 “교수님께 제때 진료를 못 받으면 6개월간 약 처방을 못 받으니까 노심초사하게 되고 걱정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례도 발견됐다. 채혈실 앞에서 만난 보호자 C 씨는 “며칠 전에 119 구급대로 여기 처음 왔는데 중증이 아니면 인력이 부족해서 응급실에 못 들어간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신촌연세병원 응급실로 전원 됐다가 거기서도 (진료를) 할 수 없다고 해서 어제 다시 이곳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정상 진료를 받았더라도 환자들은 언제든 휴진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걱정에 연신 불안감을 토로했다. 휴진 결정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신장 이식 때문에 청주에서부터 1년간 KTX로 병원을 오갔다는 환자 이 모 씨(60·여)는 “처음에는 의대가 준비가 안 됐는데 갑자기 증원 발표를 한 거라 (반발도) 이해가 갔다”면서도 “지금 의사들 하는 것 보면 국민 생명을 담보로 휴진하는 꼴인데 그러면 안 된다. 지방에서도 많이 올라오는데 그 먼 거리 고생해서 오는 환자한테 의사가 그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브란스병원 내 어린이병원에서 만난 40대 여성 보호자는 “저 개인적으로는 의사들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어린이들은 어른 환자보다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려는 것 같아서 그나마 안심인데 그래도 지난주부터 계속 마음 졸이고 불안했고, 걱정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의료대란과 의대 교육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할 때까지 이날부터 휴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입원 병동,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등 필수 유지 업무는 이어갈 방침이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실제 휴진에 참여하는 비율은 미미하고 진료에 차질이 없을 정도”라며 “일부만 휴진하고 수술방도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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