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박수홍 울린 가족간 사기·횡령 처벌 길 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7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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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결정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자리하고 있다. 2024.06.27. 뉴시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자리하고 있다. 2024.06.27. 뉴시스
가족 간 사기나 횡령 등 재산 범죄를 저질러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형법 제정 이후 71년 만이다. 다만 먼 친척이 저지른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선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32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날부터 이 조항은 적용이 중지되며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한다. 앞서 헌재는 2012년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12년 만에 판단을 바꾼 것이다. 다만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을 제외한 먼 친척이 저지른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328조 2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

형법 328조 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 재산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도·손괴죄를 제외한 모든 재산범죄가 대상이어서 피해가 아무리 크더라도 부모나 자식이 저질렀다면 처벌할 수 없었다.

헌재는 친족 간 재산범죄는 특례가 필요하다는 입법 취지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획일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판결을 선고토록 해 피해자가 재판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문제로 봤다.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해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할 경우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켜 본래 제도적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입법재량을 명백히 일탈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서 형사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친족상도례가 악용돼 재산범죄를 당한 장애인, 미성년자, 노인 등의 피해가 제대로 복구 되지 않는 상황도 이유로 들었다. 헌재는 “피해자가 독립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경우 친족상도례 조항을 적용하면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된 ‘친족상도례’를 두고 핵가족 등으로 변화한 가족관계와 시대변화에 지나치게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특히 친족상도례 조항이 있는 해외 국가와 비교해도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가해자에게 유리하다는 비판도 많았다.

특히 방송인 박수홍 씨와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이 가족의 재산범죄 의혹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국민적 관심이 커졌다. 박 씨의 친형이 박 씨의 출연료와 기획사 자금 등 6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박 씨의 아버지는 검찰 조사에서 “(박 씨의 형이 횡령한) 재산을 내가 관리했다”고 주장하면서 친족상도례를 악용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 이사장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아버지를 고소했다.

박 씨를 대리하는 노종언 변호사는 이날 “가족의 의미에 대한 국민 상식과 법감정, 시대변화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친족상도례#헌재#박수홍#박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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